선거가 끝이 나면 스포트라이트는 승자만 받는다. 대통령 선거는 더 그렇다. 온통 새 정부, 새 대통령 이야기로 넘쳐 나는데 과거가 각광을 받을 리 없다. 뉴스가 '문재인'으로 시작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승자 독식, 패자 쪽박이니.
그나마 자유한국당과 패장인 홍준표 후보는 계속해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이한 케이스다. 2등이라서 그런가? 아니다. 내분 때문이다. 서로 바퀴벌레라고 하고, 낮술꾼 취급을 해대니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싸움이 이렇게 화끈한데, 이런 난리통에도 한국당 소속 TK 국회의원들은 도무지 존재감이 없다. 당권을 잡으려는 홍 후보 쪽도 아니고 대선 이전 집단체제를 선호하는 친박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소속 당은 하루가 다르게 콩가루가 되어 가는데도 무의견, 무표정, 무감각인 것 같다. 방관자 내지 관찰자의 자세다. 물론 개개인을 만나보면 선거 걱정, 지역 걱정, 나라 걱정 고민이 많다. 그런데 말이 없다. 너무 없다.
한국당 소속 TK 국회의원은 20명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80%다. 대선에서도 TK는 홍준표 후보에게 절반에 가까운 표를 주었다. 전국 평균의 두 배였다. 홍 후보가 도지사를 했던 경남의 37%를 훨씬 넘는 전국 최고였다.
누가 뭐래도 한국당은 대구경북이 중심이다. 대구경북의 지지가 없으면 한국당은 없다. 대선을 치르면서 이 사실은 더 확실해졌다.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고 한 것처럼, 한국당에는 '아직 대구경북이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선수(選數)가 깡패라선지 TK 의원들이 밀린다. 대구경북에 4선이 모두 4명이지만 대구의 4선 세 명(유승민, 김부겸, 주호영)은 모두 한국당 소속이 아니다. 친박계의 중심인물인 경북의 최경환 의원은 활동이 뜸하다. 그 아래 3선 의원은 대구의 조원진 의원과 경북의 이철우, 김광림, 강석호, 김재원 의원 등 5명이지만 조 의원은 한국당 소속이 아니고 경북의 4명은 목소리 큰 다른 지역 4선 이상급에 밀리고 있다. 한국당에는 8선 1명, 5선 4명, 4선 12명이 포진해 있다. 최경환 의원이 뒤로 한 발 빠진 뒤로는 이들이 한국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홍 후보가 대선 2등을 앞세워 자리를 비켜달라고 싸움을 걸고 나서자 시끄러운 게 지금 한국당의 형국이다.
대구에서 한국당 소속 최다선은 재선(김상훈, 윤재옥)이다. 나머지는 모두 초선이다. 경북에서도 13명 가운데 초재선(재선 박명재, 이완영)이 8명이다. 한국당 내 TK 위상이 미루어 짐작이 간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눈앞에 닥친 한국당 당권 싸움에서 TK는 제 몫을 챙기기가 쉽지 않아서다. 최악의 경우 한국당에서는 당 지도부에 대구경북을 대변할 인물을 포진시키지 못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때 누가 지역을 위해 목소리를 낼 건가.
내년 지역 살림살이를 다룰 하반기 예산 국회도 문제다. 편했던 여당 시절과 비교해서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야당 의원으로서 얼마나 말발이 먹히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누가 챙겨주지도 않는다. 내가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얻어걸릴 것도 없다.
제팔 제가 흔들기다. 지금 한국당 TK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대장도 없고 향도도 없다. 굵은 대들보가 없으면 가는 나무젓가락이라도 여러 개를 묶어야 한다. 선수에서 밀리면 머릿수로라도 밀어붙이려는 깡다구가 있어야 한다. 또 수틀리면 정부든 국회든 들이받기도 해야 한다. 다들 슬슬 피할 정도의 악바리 싸움닭 같은 존재도 필요하다.
제1야당 한국당 초재선 국회의원들은 이제 본격적인 역량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다선이 되고, 중진이 되고, 거물이 될 것이다.
누구를 키우고 누구를 도태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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