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채찍을 들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치러진 선거임을 감안한다면 무관심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자유한국당에 24%의 적지 않은 표를 주었고, 대구는 45%나 표를 몰아줬다. 22일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한국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던 필자로서는 대구시민들의 관심과 지지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대선이 끝난 지 1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대선 결과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당권 투쟁을 벌이고 있어 한심하기 그지없고, 지역구민들께 얼굴을 들 수도 없다. 24% 지지만 생각할 뿐, 557만 표 차의 사상 최대의 패배는 생각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해서도 계파싸움에만 몰두했을 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당은 아직도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유권자의 뜻을 모르는 것 같다.
한국당은 지금이라도 어떻게 보수를 쇄신하고 재건할지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그 기회를 놓친다면 마치 '가마솥 안의 개구리'처럼 죽는다는 것도 모른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한국사회에서의 보수는 광복 후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가난을 딛고 선 산업화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항상 그 중심에는 TK가 있었다. 이에 TK를 보수의 심장이라고까지 평가한다.
그러나 자칭 적통 보수라고 하는 한국당은 개혁을 거부하고 변화에 둔감해 황야에 홀로 서 있는 꼴이다. 사실 한국당은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보수라는 구호만을 내걸고 실상은 수구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왔다. 변화와 개혁에 미온적이었고, 많은 복지'일자리 공약을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며 약자에 소홀했고, 기득권으로 우리만의 성을 굳건히 쌓아왔다.
이런 한국당을 변화시키려면 TK가 한국당을 버려야 한다. 군사정부 시절 이후 MB'박근혜정부까지 수십 년간 TK의 보수정당 지지가 이 당에 자만심을 낳게 했고, 색깔론 전문가로 만들었다. 더욱이 TK의 사랑과 지지가 본인들의 역량인 양 믿는 일부 계파 집단은 보수 정당을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회피한 채 이번 대선 결과를 총선에서의 막장 공천, 박근혜정부 실정에 대한 면죄부라 해석하며 부활하고 싶어한다.
한국당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안에서의 개혁은 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보아왔다.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도 꾸리고 문패도 한국당으로 바꾸었지만, 시늉만 했을 뿐 알맹이가 빠졌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보수의 몰락은 나라의 장래와 국민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나란히 공존하며 건강한 긴장감과 진보의 급진적 변화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한국당의 재건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당이 '영남 자민련'을 벗어나 수도권 지지를 회복하고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TK 지지에 안주한다면 TK도 망하고, 한국당도 망하고, 국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당은 보수 재건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보수 정당의 구성원인 필자는 그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이라는 얄팍한 기득권을 희생할 각오까지 되어 있다.
영국 보수당은 변화를 통해 300년 넘게 정치적 생명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한국당은 그 당의 당수인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의 "늙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선거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철저히 되새겨 낡은 보수를 버리고,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보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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