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경거망동으로 곤욕 치른 연예인들

입력 2017-05-26 00:05:00

입방정 때문에 망했어 ㅠㅠ

쿨한 척 내키는 대로 말하다

수위 조절 못해 불상사 당해

경솔한 행동 팬들도 떠나가

'무책임한 공인' 이미지 손상

상황에 걸맞지 않게, 또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경솔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억누르지 않고 당시의 감정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자칫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행동으로 불상사를 당하는 예도 다반사다. 특히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업군이라면 '경거망동 방지 수칙'이라도 만들어 숙지하며 살아야 할 판인데 그런데도 그게 또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무대 위에서, SNS 상에서, 또 인맥 관계에서 경거망동했다가 물의를 빚는 안타까운 사례가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가수 문희준과 김장훈, 그리고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감독 변성현이 경거망동으로 곤욕을 치렀다.

◆문희준, 오랜 팬들로부터 비난받아

최근 문희준의 팬클럽은 공개적으로 '문희준에 대한 지지철회'를 선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H.O.T 시절부터 20여 년간, 심지어 문희준이 록 장르를 들고 솔로활동을 하며 극심하게 나빠진 여론의 뭇매에 시달릴 때도 옆을 지켜줬던 팬들이라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문희준 팬클럽이 꺼내 놓은 지지철회 사유는 다섯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팬을 대하는 태도, 거짓말로 팬과 대중을 기만한 점, 수준 이하의 콘서트 퀄리티, 불법적인 상품 판매와 그로 말미암은 탈세 의혹, 마지막으로 H.O.T 전 멤버 비하 및 재결합 이슈 관련 경솔한 언행 등이다.

실제로 문희준은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H.O.T 재결합 관련 이야기를 꺼내 이슈를 확산시켰으며 재결합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멤버를 우회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웃음 유발이나 관심 끌기를 위한 발언이기도 했지만, 팬들이나 멤버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끄집어내 공론화하며 논란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매번 팬들의 지지를 요구해놓고는 막상 찾아오는 팬들에게는 무성의하게 대했다는 내용도 팬클럽의 지지철회 선언과 함께 외부로 알려졌다.

지지철회 선언을 하면서 팬클럽 측은 "문희준의 결혼과 이번 지지철회 선언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타의 결혼으로 인한 단순한 변심이 아니라 문희준이 크레용팝 멤버 소율과의 결혼 및 혼전임신까지 알려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 자체를 비판했다. 이미 결혼을 결심한 상태에서 팬들 앞에서는 "안 한다"고 거짓말을 했으며, 혼전임신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며 또다시 대중을 기만해 실망스러웠다는 게 팬클럽의 입장이다. 문희준의 공연장을 찾았던 소율과 그 일행들의 불량한 관람 태도까지 지적 대상으로 떠올랐다.

무성의한 공연 퀄리티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진행된 데뷔 20주년 공연이 사례로 올라왔다. 당시 문희준이 가사도 제대로 외우지 못해 프롬프터를 보며 노래했고, 음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등 연습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 실망했다는 비난이다. 팬클럽 측은 문희준이 콘서트 퀄리티도 높이지 않고 자신이 필요할 때면 공연을 주최해 팬들을 마치 'ATM기'처럼 활용한데다 팬들의 모금액으로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고 불법적인 상품을 행사에서 판매해 물의를 일으켰다며 문희준의 잘못을 낱낱이 폭로했다.

◆김장훈'변성현, 돌출 행동 물의 빚어

가수 김장훈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 시민문화제 무대에서 욕설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무대에 오르기 전 행사장에 도착해 주차 문제로 경찰과 시비가 붙었는데 그 감정을 관객 앞에서 그대로 표출하며 '쿨한 척 소탈한 척'했던 게 화근이 됐다. 당시 김장훈은 "밑에서 '한 따까리'했다. 서로 잘못이 있겠으나 그럼에도 부당하다고 생각해 욕을 했는데 경찰이 왜 공인이 욕을 하냐고 해 더 화가 났다" 등의 설명으로 '공권력'의 횡포를 비판하려 했다. 그러면서 'X새끼' 등 비속어와 욕설을 사용하는 등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김장훈은 행사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결국, 김장훈은 SNS에 직접 글을 올리며 공개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참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리워한 분의 추모 공연에 8년 만에 처음 오르게 됐는데 제가 다 망쳤다. 많이 부족하다. 죄송하다'는 글과 함께 경찰과 갈등이 생겼던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과의 갈등을 행사장에서 공유해도 되는 공권력에 대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 솔직하게 얘기하고 공연을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다'라고 자아비판을 했다. 그럼에도,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결과적으로 현장에 있던 관객의 기분까지 상하게 한, 대중 가수로서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은 개봉 전 자신의 SNS에 남긴 글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데이트 전에는 홍어 먹어라 향에 취할 것이다' '심상정이랑 유승민 빼고 다 사퇴해라' '문이랑 안은 손 잡고 자격 미달로 사퇴해라' '대선 때문에 홍보가 되지 않는다. 대선 미뤄라. 나도 니네만큼 준비 오래했다' 등 앞뒤 가리지 않고 내놓은 발언이 영화 개봉 후 뒤늦게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됐다. 이후, 수작이라는 호평 속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던 '불한당'은 상승세가 확 꺾이며 순위 하락했다. 변성현 감독은 예정됐던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 참석까지 취소하며 배우들만 프랑스로 보내야 했다. SNS를 통해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 무심코 적었던 생각 없는 말들로 피해를 줘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결코 지역차별주의자나 여성차별주의자가 아니며 오히려 특정 지역과 여성 비하를 일삼는 사람들을 혐오한다'고 해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진정성과 전략 사이에서 중심 잘 잡아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대중 앞에 나서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진정성'과 '전략'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롱런할 수 있다. 솔직함을 무기로 어필하다가 수위를 조절하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예가 흔하며,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꼭꼭 숨기다가 대중의 외면을 받는 일도 있다. 문희준은 오롯이 가수로서 연예인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아 전략적으로 본인의 이미지를 예능에 걸맞은 인물로 인지시켰다. 그 과정에서 주변 상황과 지인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웃음의 소재로 부각시키곤 했는데, 아마도 '내가 이 정도 이야기해도 다들 이해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농담이나 '기분 좋은 거짓말'도 듣는 사람의 심중을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희준은 논란이 생길 때마다 "내가 한 얘기가 아니다" 등의 해명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정확한 워딩'이 문희준의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만한 빌미를 제공한 건 대개 문희준이었다. 이번 경우에는 아예 이렇다 할 해명조차 못 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장훈 역시 마찬가지다. 독도 알리기, 한국 음식 해외전파, 그리고 100억원이 훌쩍 넘는 기부 등 정의로운 대중문화인의 이미지를 쌓아두고도 매번 그 '불 같은 성격'을 이기지 못해 화를 자초한다. 동료 가수 싸이와의 갈등 및 질투심으로 무리하게 해외진출을 시도했다가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역시 무리하게 기부를 하려다 겪지 않아도 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쿨한 사람'으로 사는 건 가능하지만, 속내를 모두 꺼내 보여주며 이해를 바라는 연예인으로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뒷일 생각도 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싸질러 버린 변성현 감독은 그저 무책임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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