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속 강화 되레 풍선효과…인근 지역으로 자리 옮겨 성행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가 소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한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달서구 두류공원 등지에서 만연했던 윷놀이 도박에 대한 경찰 단속이 강화된 이후 더 심해졌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24일 오후 5시쯤 찾은 이곳에선 노인 30여 명이 보도블록 위를 구르는 윷가락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윷가락 결과에 따라 탄성과 환호가 교차했다.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30분간 이어지는 윷놀이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빠르게 교환했다. 진행을 맡은 것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은 다음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 남성은 낯선 이가 다가가자 "무슨 일로 왔느냐"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윷놀이 도박 참가자들은 매일 오후 3시쯤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뿔뿔이 흩어진다. 주민들은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순찰차가 나타나면 화투와 윷, 지폐 등을 나뭇가지 등에 재빨리 숨기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약 30분간 이어지던 윷놀이가 갑자기 멈추더니 곧이어 순찰차가 나타났다. 경찰이 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도박을 중단한 것이다. 현장을 찾은 경찰관은 "하루에도 수차례 신고가 들어오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증거물은 사라지고 없다. 전문 도박꾼이 개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인당 참가비 1만원씩을 내고 6, 7명이 각각 팀을 구성해 윷놀이에 참여, 이긴 팀이 판돈을 모두 가져간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 오락을 즐기고 있다'고 진술하곤 한다"며 "정확한 도박 규모는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돼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공원 주변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술병 등으로 인해 공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화장실이 없는 탓에 도박 참가자들이 함부로 용변을 봐 악취도 심하다. 여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구청은 공원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이 마을이 관광지로 주목받는 중인데 도박 때문에 자칫 우범지대로 보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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