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동안 정면만 응시
23일 오전 10시 1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심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서울법원 종합청사 417호 형사 대법정에서 재판장의 지시에 피고인 출입문이 열리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교도관과 법정 경위의 안내를 받아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옆자리에 마련된 피고인석에 앉았다. 검찰과는 마주 보는 자리다. 재판부가 앉은 법대(法臺)에서 보면 왼쪽, 방청석에서 보면 오른쪽 위치다. 그의 왼쪽 옷깃에는 서울구치소 수용자임을 나타내는 '503'이라는 수용자 번호가 적힌 둥근 배지가 달려 있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밝은 베이지색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 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앉았다.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 파문이 본격화한 후 처음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된 두 사람은 인사는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사진'영상 취재진에게 허용된 약 2분간의 촬영 시간은 물론이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두 사람의 행동은 이른바 '40년 우정'이 무색할 정도였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된 직후 유 변호사와 잠시 귀엣말을 나눈 것을 제외하고 재판이 진행된 약 3시간(휴정 10분 포함) 동안 검사들이 앉아 있는 정면 방향을 응시했다.
그는 재판장의 질문을 받았을 때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돌려 일어선 후 재판부를 향해 답변했고 그 외에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거나 의자 팔걸이에 몸을 의지하듯 올리고 반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가끔 시선을 위쪽으로 향하며 고개를 젖히거나 물을 따라 마시는 것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이 없었다. 아무 메모도 하지 않았다.
반면 최 씨는 작년 12월부터 계속 공판기일에 출석해 법정에 익숙해진 탓인지 재판 진행 중에 박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피고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보고 감정이 격해진 때문인지 자신의 직업과 주소 등을 대답하는 동안 울먹이듯 코를 훌쩍였다. 검사가 발언할 때 꼼꼼하게 메모를 하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최 씨는 공소 사실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차례가 오자 "40여 년간 지켜본 박 대통령께서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에 참여한 검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뇌물로 엮어가는 것은 무리한 행위"라고 의견을 밝혔다.
중간에 10분간의 휴정 시간이 있었으나 최 씨가 먼저 피고인 통로로 이동했고 시차를 두고서 박 전 대통령이 이동해 두 사람이 법정에서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이 된 만큼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기 싸움도 치열했다.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 등 검사 8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는 탄핵심판 때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한 유영하'채명성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변호인으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백창훈, 김유진 변호사가 자리를 잡았다. 피고인 3명을 위해 최소 14명의 변호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법원은 이날 사전에 응모를 거쳐 당첨된 이들에 한해 일반인 방청을 허용했다.
법정 안에는 경위 10여 명, 교도관 8명, 복수의 사복 경찰 등이 배치됐다. 재판은 특별한 소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끝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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