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
'나는, 오늘도 걷다'
걷는다는 것은 건강유지에 꼭 필요한 몸의 기본적 활동 중 하나다.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의 '걷다'가 책의 주제가 되고,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직여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생 백세시대라는 반생을 살아온 기념일까? 휘어진 등이 안쓰러운 내 모습, 햇살을 마주하고 걷는다. 길모퉁이 앞서 걷던 누군가의 등이 계절을 잊고 불끈 솟아있다.
'걷다'는 파리 소르본 대학 철학 교수인 미셸 퓌에슈의 '나는, 오늘도' 시리즈 중 하나다. 저자는 '하루에 나의 행동 딱 하나만, 깊이 생각해보기' 를 통해 '매일 자신이 되기'를 철학적으로 풀어준다. 철학적 사고의 개념화를 위한 그는 2000년 '어린이용 철학서' 시리즈 출간에 이어 2010년 '나는 오늘도' 시리즈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실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걷는다는 것도 저자와 함께 하는 한, 독자에게 단순한 '걷기'가 아니다. 진정한 자기 보살핌이며, 뛰어난 철학적 경험으로 걷는 것에 집중시킨다. 삶 속에서 스스로 필요한 일을 모두 해결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힐 때마다 단순한 것들에 대한 감각 찾기, 즉 낙심하지 않고 처음 걸음마부터 새로 시작해 보라는 것이다. "사실 걷는다는 것은 한 다리를 내밀어 몸이 앞으로 기우뚱 쏠리는 순간, 다른 쪽 다리를 내밀어 다시 균형을 잡는 과정의 연속"(p.17)이다.
"어떤 곳을 걷는다는 것은 그곳을 길들이는 것이다. 그저 집 주위를 가볍게 산책하기만 해도 더 편안한 느낌이 들고 진짜 주변 환경이 있는 진짜 장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p.51) "이동하는 시간을 낭비라 생각하여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 시간을 들여 두 발로 걸어가다 보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 또한 되찾게 된다," (p.62) 고 저자는 일러준다.
뚜렷한 목적을 가진 산책, 다만 그 목적이 자유로워지는 경험과 어슬렁거리는 것에 그치는 경우라도, 정말 나의 시간이 되어 돌아올까? 자연과의 접촉을 상실한 나, 인간의 본성을 되찾게 하는 걷기가 주변의 자연과 다시 만나게 해줄 것이라 믿게 한다. 그 리듬과 공간, 시간 안으로 들어갈 때 가장 뛰어난 감정적, 지적 능력을 되찾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자연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도시인들에게도 걷기는 유용하다.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 마주치는 사람들, 벤치에 앉은 연인들, 스쳐가는 자질구레한 생활의 소음, 등도 걷지 않고 어떻게 보고 들을 것인가. 걷기란 보물창고의 열쇠로 보물찾기를 하는 것, 느리지만 건강한 방식으로 멀리 가는 방법을 알고 싶은가? 이 책을 만나라. 그리고 지금 바로 일어나 가벼운 산책 또는 서성임을 시작하라,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기쁨으로 가득 찰 어느 순간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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