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공유경제, 장기불황시대 대안…『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입력 2017-05-20 00:05:01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우석훈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청와대 조직을 개편했다. 대선 당시 일자리 창출 공약을 챙길 일자리수석이 생기고, 산하 사회경제비서관이 신설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설된 사회경제비서관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공유경제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새 정부는 공공조달에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만든 제품을 더 많이 사들이겠다고 했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실현 단계로 다가섰다. 그런데 정작 '사회적 경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가 시대가 직면한 고민을 '사회적 경제'로 풀어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의 예를 통해 정글 자본주의화하는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사회적 경제라고 말한다. "불황일수록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고, 어려운 지역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부드럽고 은근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책은 네 장으로 구성됐다. 첫 장에서 저자는 대공황(1929), 석유파동(1973~1974), 금융위기(2008) 등 세계 경제 흐름을 바꾼 굵직한 사건과 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는 동안 '부자 학문' 경제학이 '가난한 개인'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는다. 그러면서 먹고살 만할 때 경제를 걱정하는 것보다, 위기에 내몰릴 때 걱정하는 경제가 필요한 경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무솔리니 통치 시기에 대공황 위기 극복을 위해 운용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패전국 일본에서 싹을 틔운 생활협동조합을 예로 들며 불황의 시기에 덜 가난해질 방법이 바로 사회적 경제라고 말한다.

다음 장에선 사회적 경제의 발전사를 대통령 재임 기간으로 구분해 살펴본다. 저자는 김대중정부 때 사회적 경제의 기본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때 만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자활 추진기구를 설립할 법적 근거가 됐고, 생활협동조합법의 제정으로 개인이 조합원 자격으로 경제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노무현정부 땐 당시 새누리당 진영 의원이 사회적 기업 설립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만들었다. 저자가 바라본 보수 정부 9년은 사회적 경제의 암흑기나 다름없다. 이명박정부 때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민주당 손학규 의원 주도로 협동조합법이 통과됐지만, 저자의 평은 호의적이지 않다. 또 박근혜정부에서는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민주당 신계륜 의원에 정의당까지 합세해 '사회적 경제' 법안을 냈으나,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반대로 좌초됐다. 20대 총선 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유사한 법을 다시 발의해 '사람 중심의 경제'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새 정부 국정 어젠다에서도 사회적 경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서민경제의 안전망 확보에 필수적이다.

수십 년간 동네를 주름잡던 구멍가게가 대기업 프랜차이즈'기업형 슈퍼마켓 등에 밀려나는 예를 들며 마을기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직하고 무턱대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치킨집'을 열기보다는 1, 2년 사회적 경제를 경험할 것을 권한다. 일자리가 곧 경제 휴머니즘인 시대에 사회적 경제는 버팀목이다. 망하지 않고 버티는 사회적 기업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준비하는 중산층 실업자, 구직자가 늘어난다면 사회적 경제가 바로 경제 인프라이고, 사회 안전망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적 경제는 나누고 뭉치는 데서 시작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도 조합을 만들면 힘이 생긴다. 주택협동조합, 육아협동조합과 같은 아이디어는 태양광발전과 같은 에너지 비즈니스로도 확대된다. 로컬푸드 사업은 생활 밀착형, 지역 친화형 사회적 경제의 대표적 예다. 책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는 자본과 아이디어가 협동조합과 결합해 지역공동체에 사회경제적 상승효과를 낼 해법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만들고 전담 부서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저자는 사회적 경제를 '가난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말한다. 불황의 늪, 뉴 노멀의 시대다. 모르고 덤볐다가는 망하기 쉬운 시장구조다. 더 가난해지지는 말자. 사람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사회적 경제가 대안이라는 저자의 분석을 거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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