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기자의 이슈 털기]<39>-TK도 이제 '흑묘백묘론'으로 전환할 때

입력 2017-05-18 17:42:12

이젠 '니편 내편', '우리가 남이가'라는 무조건적 이분법 보다는 '꿩 잡는 것이 매', '흑묘백묘론'(검든 희든 쥐 잡는 고양이가 최고)처럼 실리적 사고로 전환할 때가 왔다.

5월9일자로 대선은 결판이 났다. 예상대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대구경북(TK)은 대표적인 야도(野都)가 됐다. 대한민국 유권자 77.2%가 투표에 참여했고, 문재인(더불어민주당) 41.1% VS 홍준표(자유한국당) 24%. 대구경북은 문재인 대신 홍준표를 배 이상 지지했다. 대권을 거머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선 곱게 보일 리가 없는 지역이 되어 버렸다.

이제 문재인 정권의 허니문(정권 초기 비판보다 칭찬하는 분위기) 기간이다. 벌써부터 탐탁지 않은 몇몇 진보인사의 전격 등용과 친노파들이 큰소리 뻥뻥 치는 모습이 눈과 귀에 거슬린다. 앞으로 보수 쪽을 향한 실랄한 공격도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는 지역 균형발전에서도 TK는 상대적 차별을 받을 지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TK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새 정권에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산으로 가장 적은 지지를 보낸 TK를 먼저 챙기고, 선심성으로 큰 프로젝트 하나 던져주는 것. 하지만 선거는 냉정한 법이다.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준 지역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PK)도 더 큰 선물을 받아야, TK를 챙겨주는 것을 묵인해 줄 것이다.

TK는 새 정권을 대놓고 까기도 그렇고,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정답은 입을 대지 않는 편이 낫다. 바둑에서도 수싸움에서 불리하거나, 행마가 불투명한 말은 손을 떼는 것이 상책이다. TK는 그저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는 편이 나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올해 추석 전에는 그런 처신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하고 있는 정책이나 일은 환호는 하지 않더라도 박수는 쳐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비정신을 가진 야도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정치에서 한발 물러서는 편도 나쁘지 않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잠시 꺼두고, 생활인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뉴스 특히 종편(JTBC, A채널, TV조선, MBN)도 멀리 하고, 현 정권 주요인사의 자극적인 언사에도 크게 귀를 귀울이지 않으면 아무래도 정치로 인한 스트레스는 덜 받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싫은 지역민들은 '참을 인(忍)'을 가슴에 새기며 5년을 버틸 각오를 해야 한다. 새 정권의 허니문 기간이 지나고 나서도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정권의 실책이나 실수를 질책해야 한다. 더 이상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 건, 나라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에서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다. 소모적 정쟁도 이참에 줄이자. 생산적 논쟁에 앞장서는 TK가 되어야 한다.

만약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통합의 에너지를 잘 모은다면 '야도 10년'을 각오해야 할 지도 모른다. 내 편이 아니더라도 잘 하면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사고도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퇴임 후에도 존경받는 인물이 계속 나올 수 있다.

만약 현 정권에서 잘못한다면, 5년 내에 심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현 정권에 대한 첫 심판대가 될 것이며, 2020년 총선 역시 다음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이자 중간평가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TK가 굳이 앞장서서 정권 초기에 고춧가루를 뿌릴 필요가 없다.

이번 정권이 잘 되기를 기원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보자. 사실 정권의 책임은 천근만근 무겁고, 대통령은 칭찬보다 욕이나 원망을 들을 일이 많은 자리다. 우리 지역 출신이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은 '실패'라고 단정지을 만큼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TK가 정권을 잡은 9년 동안 우리 지역이 크게 좋아진 것도 없지 않는가.

※용어설명

흑묘백묘론=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등소평)이 취한 중국의 경제정책으로 '부관흑묘백묘, 착도로서 취시호묘'의 줄임말이다.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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