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증·권용중 선생 후손 보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의 만행과 생생한 의병 활동을 담은 의병일기가 문경에서 잇따라 공개됐다. 특히 왜적 명령을 따른 '친왜파'가 당시에도 등장했다는 부끄러운 기록이 425년 전 일기에 포함돼 있다.
문경에서 600년을 세거하고 있는 개성 고씨 양경공파 문중의 후손인 성재(省齋) 고상증(高尙曾'1550~1627) 선생 문집인 용사실기(龍蛇實記)와 권용중(1552~1598) 선생의 일기인 용사일록(龍蛇日錄)이 최근 후손에 의해 공개됐다. 용사실기는 성재 선생이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4월 12일부터 1598년 12월 12일까지 쓴 일기다. 용사일록은 1592년 4월 15일부터 1597년 12월까지 쓰인 일기로서, 저자인 권용중이 형 권의중(1547~1602)의 곁을 지키면서 활동한 내용을 소상히 기록한 것이다. 일기의 저자는 다르지만 동시대 같은 지역에서 작성됐고, 내용도 유사해 당시 피해 상황 등을 사실적으로 기술했다는 평가다.
일기는 전쟁을 관망만 한 것이 아니라 성재 선생 등이 직접 의병이 돼 전쟁을 하면서 쓴 것이다. 일기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4월 13일 이후, 12일 만에 왜군들이 문경에 침범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왜군들은 성을 점령한 뒤 군대를 머무르게 하고는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해 살육과 약탈을 자행하니, 마을에는 시체가 즐비해 형세가 그야말로 위급했다. 험하고 좁은 골짜기까지 모조리 수색해 사람만 만나면 죽이고, 집은 불을 지르며, 말이나 노새를 빼앗고, 소나 양을 때려죽여서 양식으로 삼았다. 산골짜기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널려 있으며 더러는 무리를 지어 도적이 되기도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성재 선생은 현풍의 곽재우 장군을 찾아가 함께 의병활동을 논의하고 임무를 받았으며 지금의 상주 사벌면 매호리, 풍양면 하풍, 점촌의 당교에 머무르다가 신길원 현감이 순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경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특히 친일파는 임진왜란 때도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어리석은 일부 백성들이 왜적의 위력에 겁을 먹고는 얼굴을 들고 굽실거리며 위태로운 목숨을 구하고자 왜적의 명을 따랐다. 그 해로움이 저 왜놈들보다 심하니 이런 짓을 차마 한단 말인가'라고 기술돼 있다. 문경시는 이들 기록을 토대로 문경의병기념비를 세우기로 하고 22일 임란 옛 전적지인 영신숲에서 제막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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