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공장 똑똑한 변신] "제품 불량 왜, 언제 일어났나" 컴퓨터가 0.005초 단위로 판별

입력 2017-05-11 00:05:00

2년 전 광양제철소 시범 사업 빅데이터 정리로 불량품 줄여

포스코 직원들이 광양제철소 스마트공장에서 모바일로 조업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직원들이 광양제철소 스마트공장에서 모바일로 조업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구축한 스마트공장에서 제품의 품질과 작업자의 안전이 꼼꼼하게 확인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구축한 스마트공장에서 제품의 품질과 작업자의 안전이 꼼꼼하게 확인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스마트 시운전 방식을 통해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 압연 제어 시스템 신예화 작업에 돌입했다. 스마트 시운전(smart commissioning)은 가상 조업을 하면서 제어 시스템의 전체 기능을 검증하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외국 설비전문 공급사의 도움 없이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기술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시스템이 구축되면 조업 정상화 기간이 단축돼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조업 안전성도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잘 만들어진 철강 제품이 시간대별로 어떤 압력과 온도 조건을 거쳤는지 0.005초 단위로 컴퓨터에서 확인된다. 만약 불량품이 나올 경우 정확히 어느 시점에 왜 결함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결과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스마트공장은 스스로 이런 문제를 제어하고 제품 불량 발생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인간이 놓치는 오류를 잡아내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 적용된 스마트공장의 현재 모습이다.

◆포스코 공장이 똑똑해졌다

포스코가 미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철강시대를 이끌 중요한 핵심 과제이자, 철강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전략이라는 포스코의 판단이 스마트공장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작은 조건 변화에도 품질이 크게 달라지는 철강 공정 특성 탓에 제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철강업체의 가장 큰 고민으로 꼽혔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은 품질 결함에 대한 '선 발견 선 조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공정(생산 후 발견)이 갖던 한계를 뛰어넘었다.

포스코는 2015년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광양제철소에서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두께 6㎜ 이상의 철강 판재 제품을 만드는 후판공장이 시험무대가 됐다. 조선업 경기의 후퇴로 후판 판매가 다소 침체하긴 했지만, 선박이나 플랜트'건설용 강재 등이 살아나면 다시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광양제철소 후판부는 고로에서 만든 쇳물을 이용해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만드는 제강 및 연주 공정과 이 슬래브를 뜨겁게 가열한 뒤 강하게 눌러서 후판으로 완성하는 압연 공정을 갖고 있다. 철강 고유 연속 공정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스마트공장 구축 시범 사업장이 됐다.

광양제철소 후판 스마트공장은 명칭에 걸맞게 각종 데이터로 현재의 실적과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최종 생산된 개별 후판 제품에 고유의 식별번호가 매겨져 있고, 해당 제품을 클릭하면 열연 과정에서 받은 압력과 온도의 변화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0.005초 단위로 수집되는 열연공장의 자료를 모두 모으면 하루 1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엄청난 자료다. 이곳 제작 공정의 수치 데이터 자료만 해도 고화질 영화 1천 편을 넘는 양이다. 이처럼 촘촘하게 쌓여 잘 정리된 빅데이터는 공장 경험을 높여 불량품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는 자양분이 된다. 불량을 만드는 각 상황(압연 과정 혹은 후판 가열 온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게 도와주는 역할을 빅데이터가 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스마트공장과 관련해 39개의 구체적인 과제를 설정해 이 가운데 10개는 성공, 29개는 연구 중이다. 포스코가 성공한 10개 과제는 연간 45억원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내면서 스마트 공정의 진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현재 후판공장에서는 빅데이터 등을 통해 도출된 해법을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직접 검증하면서 현장에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다

포스코는 올 초 철강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2도금공장 3CGL(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용융아연도금강판은 자동차 외장용 강판 등에 쓰이는 비싼 철강 제품으로 수익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요구가 까다로워 그만큼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도 크다. 수시로 도금의 두께를 바꾸면서도 오차를 줄이는 과정이 중요한 까닭에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 아연가격이 비싸 작업자 실수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도 연결된다.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이종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도금량 예측 모델 알고리즘을 개발해 3CGL에 적용했다. 그 결과 수동으로 조업할 때 최대 7g에 이르렀던 ㎡당 도금량 편차는 0.5g까지 줄어들었다. 인공지능 기법의 도금량 예측 모델과 최적화 기법의 제어 모델이 결합하면서 만들어낸 쾌거다. 도금량 제어가 정확해지면서 자동차용 도금강판 품질이 크게 향상되고 과도금량 감소로 인한 생산원가 절감도 이뤄졌다. 또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운전으로 작업자 업무가 크게 줄면서 작업 능률 및 생산력 향상도 실현됐다.

자동차용 도금강판은 현재 세계 800여 개의 철강사 가운데 포스코를 비롯해 20곳 정도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00만t의 자동차강판을 판매, 세계 시장의 10%를 잠식했다. 올해는 판매량이 더욱 늘 것으로 보여 시장잠식률도 덩달아 상승할 전망이다.

이 같은 스마트공장 구축은 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안전을 포함한 전 공정을 모두 지배할 수 있다는 데 업계의 관심이 높다. 새로운 철강 제품을 개발할 때 실제 공정 대신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양과 기능을 테스트하면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또 안전을 위해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하고 작업자의 몸에 스마트 헬멧'밴드를 부착하면. 대형사고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 모든 공장을 스마트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직접 개발한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타사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먼저 스마트공장을 포스코 전 사업장에 구축한 뒤 철강은 물론이고 다른 제조업에도 해당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스마트공장은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핵심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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