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길거리에 나서 보면, 젊은이들의 모습은 매우 활발하다. 발걸음도 빠르고 의욕이 넘쳐나는 것 같다. 거리에는 자동차가 넘쳐나고, 건물들은 서로 키 재기를 하듯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람들은 더 새로운 것을 향하는 서구지향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인류는 많은 시련을 겪어 왔다. 기원전 지구에서는 지중해 연안의 이집트나 그리스 지방에서 문화가 꽃을 피웠고, 이 문화는 유럽으로 건너갔다. 이곳의 사상들은 자신을 강화하고 사물을 직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반면 인도, 중국의 불교나 유교 등의 문화는 조용히 자기의 내면을 바라보는 반성적인 사유의 흐름이 18세기까지 그 지역에서 지속되었다.
보통 동양인이 그림을 볼 때에는 동양화를 보듯, 화면 전체를 먼저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양인은 그것의 한 단면이나 강조점을 보는 것이 우리와 다른 특징인 것 같다. 그들은 부분에서 전체로 넓게 보려 하지만, 이는 우리들이 그만 놓쳐버리는 부분을 본 것이다.
지중해 주변에서 시작된 서양의 문화 문명은 점차 유럽으로 전파된 후,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면서 과학이 발달하여 문명의 부흥과 함께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유럽의 남북 아메리카 대륙 점령에 대한 책을 읽어 본 나는 서양에서는 기도와 전쟁, 사랑(愛)과 살생(殺生), 잔혹과 사랑을 아주 자유로이 동시에 행하면서 다른 나라를 침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양의 역사는 어쩌면 인간의 선한 양면성을 동시에 가장 솔직히 보여주는 장면들의 모음(集)이었다. 지금은 이 사상의 흐름이 세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중국의 역사는 유교의 흐름과 실학의 형성, 청나라 말기와 갑신정변, 독립운동과 5'4운동 등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교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 유교 책은 불에 태워버려라!'라면서 유교의 배척과 과학과 민주주의 등 서구 문명의 무조건적이고 일방적 수입, 그 후 국내 혼란과 현재의 모습까지를 보면, 양국은 비슷한 운명을 보이고 있다.
6'25전쟁 중에 나는 시골에서 '논어 맹자 때문에 망했다. 빨리 서양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동양철학의 내용은 수학과 과학이 없이 학교에서 배우는 윤리 교과서일 뿐, 옛것으로 고리타분하게 여겼다. 나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원한 속국이구나'란 기분이 들었다.
후진국으로서 외국에 심히 시달린 중국에서도 실학사상 이후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서양의 과학과 민주주의만이 길을 열어 준다'고 하면서, 서양의 모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를 강요했다. 그러나 모택동은 '고른 분배가 모든 인민을 잘살게 한다'고 하면서 공산주의를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식하여 수정하고 있다.
근래에는 서양철학의 첨단인 '개인 인권과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여권(女權) 신장과 남녀평등, 금전(富) 지상주의 등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서 세계 사이의 문제는 문화적 우열 문제가 아니고 차이의 문제일 뿐이다. 대부분의 동양 나라들이 국력을 잃게 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만들어진 것이다. 귀중한 불교 철학, 유교 철학 등이 아시아에는 있다. 우리들도 이런 것에 기나긴 전통이 있다. 전통은 낡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래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래된 것은 배울 것이 많다는 것도 의미한다. 거기에서 굳건한 삶을 가능케 하는 철학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과거 사상들에 대한 단순한 지식의 전수만이 아니다. 근래에 이렇게 다시 동양 사상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는 분야가 일어나는데, 이를 '신유학 운동'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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