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보 강조가 겁주기라고?

입력 2017-05-08 00:05:01

며칠 전, 한 신문 칼럼에 어느 젊은 여류 작가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은 요즈음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북한의 핵 문제 등 국가의 안보 문제를 언급하는 정치인들을 'fearmonger'(위기를 부추겨 이익을 취하는 자)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놀라움과 걱정을 금치 못한다.

과거 젊은 시절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시간적으로 최근접 위치에 있으면서 그들과 마주하였던 나로서는 더욱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왜의 침략을 굳게 예견하여 수군을 정비하고 거북선을 만든 이순신 장군이 당시의 'fearmonger'였던가? 조선이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 장군의 '대비' 덕분이지 않았던가.

영세 중립국이자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중 하나인 스위스는 빌헬름 텔이 오스트리아의 통치로부터 독립시킨 지 이백 수십 년이 지나도록 외침을 받은 적이 없으며 심지어 2차 대전 시 독일의 침공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오늘날 스위스의 국방은 어떠하며 민방위 시스템은 어떤가? 그들은 남자의 경우 60세까지 민방위 동원 병력에 포함되어 있으며 마을마다 훌륭한 시설의 대피소, 비상식량, 개인화기, 방독면 등을 비치, 관리하며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스위스의 정치 지도자들은 'fearmonger'인가?

나는 그 여류 작가와, 또 그와 유사한 생각을 지닌 또 다른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같은 나라에 살며 같은 문화(어쩌면 전혀 다를지도 모를)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괴리에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지금 지면을 활용하여 진정 하고 싶은 말은 그런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바로 우리나라의 민방위 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북한은 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얼마 전 말레이시아에서 VX gas 라는 독극물에 의해 김정남이 암살되었다. 북한이 만일 유사시 핵이나 화학무기를 우리에게 사용할지 여부는 순전히 그들의 결심에 달린 것이지 우리의 희망이나 예상 혹은 바람과는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안전한 판단일 것이다.

왜냐하면 무릇 한 국가의 안전보장에 대해서 그것을 책임지는 정부 부서의 각종 관련 계획이나 특히 군의 작전계획 같은 것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수립하고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위기 대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이나 화학무기에 대해 어떤 일이 발생할 때는 온 나라가 뒤집어질 듯 요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국민이 이를 잊어버리는 듯하다. 

우리의 민방위 훈련 때 핵이나 화학무기 공습에 대비하여 바람의 방향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에 따른 대피를 하게 하는 모습을 혹시 본 적이 있는가? 국민안전처나 군은 그런 무기들의 피습에 대비하여 바람의 방향을 고려한 대비책을 혹시라도 마련해 두었는지 나는 의문스럽다.

왜냐면 핵무기가 지상 수백m에서 폭발한다면 일차적인 피해는 열과 폭풍에 의한 것인데 그 피해는 어쩔 수가 없다 하더라도 그다음에 오는 2차적인 방사능 물질에 의한 피해는 당시 바람의 방향만 국민들에게 빨리 알리고 그에 따른 행동 요령을 숙지시킨다면 상당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화학무기의 경우는 더 간단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민방위 대비에 바람의 방향이 고려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나는 그 젊은 여류 작가의 어리석고 짧은 개인 소견보다 민방위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에 유감이 있는 것이다. 어설픈 짧은 글로 나 스스로 'fearmonger'가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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