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3개월 아이 심장병 고쳐준 '나눔의 기적'

입력 2017-05-05 00:05:01

칠곡경북대병원·적십자사·KBO 수술비 지원

몽골인 이주노동자의 딸인 엥크오드 양이 심장수술을 무사히 받고 나서 어머니 보루체믹(30) 씨의 품에 안겨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제공
몽골인 이주노동자의 딸인 엥크오드 양이 심장수술을 무사히 받고 나서 어머니 보루체믹(30) 씨의 품에 안겨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제공

대구 지역사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도움으로 이주노동자 가정의 갓난아이가 소중한 생명을 구해 어린이날을 더욱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몽골인 부부의 딸 엥크오드(생후 3개월) 양. 지난 2월 대구의료원에서 태어난 엥크오드는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심실과 심방 사이에 구멍이 발견돼 출생 이튿날부터 칠곡경북대병원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의료진은 수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지만 3천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술비가 문제였다. 2015년 1월 한국 땅을 밟은 부부는 아버지가 일용직으로 일하고 어머니는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돈을 벌며 두 아들(10살'3살)을 포함한 일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어머니가 작업 도중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고 중지'약지가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 이후 아버지의 월 150만원 남짓한 소득으로 생활해왔다.

안타까운 사정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는 아이를 돕고자 나섰다. 의료진은 "비용이 문제라면 우리가 십시일반 모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고, 병원 관계자는 가족의 주소지 주민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마침 대한적십자사와 연락이 닿았고, 적십자사는 KBO와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 세이브'(Dream Save)로 수술비 2천만원 지원을 약속했다. 나머지 금액은 칠곡경북대병원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런 도움 덕에 지난달 5일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일주일 후 퇴원한 엥크오드 양은 부모 품에 무사히 안겼다. 어머니 보루체믹(30) 씨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아이 목숨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는데 이웃들이 손을 내밀어 줘 너무 고마웠다"며 "아이가 커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이들 가족은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며 한국 정착을 꿈꿨다. 하지만 외국인 신분이라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는 등 정부기관'단체 지원이 제한적이었다"며 "눈물로 하루를 보내는 부부 사정이 딱해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드림 세이브'는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세이브가 나올 때마다 기부금 20만원을 적립, 대한적십자사 선정 취약계층 어린이에게 의료'생활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3일 현재 62세이브(1천240만원)가 적립돼 엥크오드 양 돕기에는 38세이브가 더 필요하다. 대한적십자사는 다음 주 중에 자체 기금으로 병원비 2천만원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KBO는 100세이브가 적립되면 후원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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