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 지상갤러리] 석재 서병오 ⑨풍죽(風竹)

입력 2017-05-01 00:05:00

흠뻑 먹물 머금고 춤추는 붓 골기 찬 대나무 단숨에 그려

알려진 바와 같이 조선시대를 통틀어 추사 김정희는 독창적인 추사체(秋史體)와 난(蘭) 그림에 뛰어났다. 대원군 이하응은 살기 넘치는 골법(骨法)과 삼전(三轉)의 석파난(石破蘭)으로 알려졌다. 그러한 맥을 잇는 서병오 문인화의 뛰어난 특징은 대나무 그림에 있다. 붓에 흠뻑 먹물을 찍어 농묵(濃墨)과 담묵(淡墨)으로 대나무를 표현하였다. 화선지에 스며드는 발묵법(潑墨法)은 중국 남방의 습한 문기(文氣)와 북방의 비파(碑派)에서 보이는 골기(骨氣)가 동시에 보이면서 필선의 강건함과 부드러움을 화폭에 담았다.

전시 작품 중 동성정 부근에 서병오와 이웃하여 살던 마츠이(松井)를 위해 단숨에 그린 일격묵희(逸格墨戱)의 '풍죽도'를 감상한다.

무심하게 그은 쇠몽둥이 같은 한일자 죽간(竹竿)을 연속하여 그려 나갔다. 잠두(蠶頭)와 마제(馬蹄) 사이 죽절(竹節) 선을 몇 개 그었다. 그 사이 마음은 벌써 죽지(竹枝)와 죽엽(竹葉)이 함께하며 붓이 춤을 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대나무가 곧게 흔들리며 우수수 소리를 낸다. 부분의 묘사보다는 전체의 전경(前景)에서 보이는 대범한 선묘(線描)가 돋보인다. 석재는 중년 이후에 굵은 장봉(長鋒)의 한 붓으로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상을 그려 나갔다. 당시 일반 서화가는 큰 선과 면은 큰 붓으로, 작은 선은 작은 붓으로 표현하는 것이 보통의 화법이었다. 그러나 석재는 항상 큰 붓으로 모든 것을 단숨에 그려 나갔다. 이런 대범한 필법은 정판교(鄭板橋)와 포화(蒲華) 노인을 그리며 도법자연의 묵법을 응용한 것이다. 그 형상은 석재풍죽(石齋風竹)의 기(氣)와 운(韻)으로 쇠를 끊고 돌을 뚫은 필획이었다.

雨竹濕 煙竹迷 雪竹寒 風竹蕭蕭然 如有聲也 松井先生法正-石齋(우죽습 연죽미 설죽한 풍죽소소연 여유성야. 송정선생법정-석재)

"우죽은 습기가 있고 연죽은 흐리고 설죽은 차갑고 풍죽은 우수수한데 마치 잎사귀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듯하다."

일본인 마츠이에게 청람(淸覽)이나 청정(淸正)이란 문구보다 법정(法正)이란 높인 말을 적은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은 서로 존경하며 국적을 떠나 석재의 품격 높은 대나무 그림을 사랑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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