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향주 정의당 대구시당 회계감사위원장
◇도향주 정의당 대구시당 회계감사위원장…2만원짜리 청바지 자랑하는 서민
심 후보와는 스친 인연이지만, 누구보다 끈끈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는 평소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정치인이었다. 너무 강성 이미지였다. 그러다가 2015년 6월 정의당 대구 경선 유세 때 완전히 심 후보에게 빠져버렸다. 청바지에 남방셔츠를 입고 왔는데, 어찌나 당당하면서도 서민적이었는지 그때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옷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내 말을 받고서는 "동네 양품점에서 2만원 주고 샀다. 득템했다"며 반달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철의 여인'이란 이미지는 한여름에 팥빙수 녹듯 한순간에 사라졌다.
국회의원 신분인 데다 지명도 높은 정치인의 솔직 담백한 모습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요즘 잘 쓰지 않는 '양품점'이란 단어에선 진솔한 매력이 묻어 있었다. 어떤 여성 국회의원은 '억' 소리 나는 피부 숍에도 다닌다는데 2만원짜리 청바지가 자랑거리라니.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정책토론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했을 때도 내 머릿속 기억은 아무리 강한 지우개로도 지우지 못할 것이다.
중학생 딸 하나를 키우는 데도 하루하루가 버거운데 한 가정의 아내로, 주부로, 엄마로,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겨울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같은 해 12월 28일. 김천 사드 반대집회에서도 심 후보의 행적은 기억 속에 뚜렷이 박혀 있다.
얼마나 추웠으면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언 입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심 후보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와 어깨 한 번 움츠리지 않고 시위자들을 다독였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사드 반대를 외쳤다.
'심상정' 이름 석 자에,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딸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당당한 정의당 당원으로서 행동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심상정 파이팅!
◇이연재 심 후보 정책본부 분과위원장…평소엔 '심누나' 일할 땐 '심다르크'
심 후보에겐 여러 별명이 있다. 남성 노동자의 집합소인 금속노조 사무처장 시절에 강한 리더십으로 형성된 '철의 여인', 심상정과 잔다르크를 합성한 '심다르크', 최근엔 사랑스럽다는 뜻의 러블리(lovely)와 합성한 '심블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는 이 심블리를 좋아하는 듯하다. TV토론 후 네티즌으로부터 '운동권 누나'라는 애칭도 얻었는데, 사실관계로 치면 내겐 '운동권 누나'가 맞겠다. 비교적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심언니'라고 불린다. 그의 인간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애칭이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초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자리였다. 그는 노동계에서 꽤 유명했기 때문에 이름은 듣고 있었다. 노동현안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여러 분야에서 식견을 가진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티타임 시간에 "우리 당의 여성활동가들은 모두 슈퍼우먼이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옛날엔 슈퍼우먼이라는 말을 들으면 칭찬같이 들려서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고 했다. "집 안팎에서 이중 삼중으로 여성들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5년 나는 심 후보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대표단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여러 요구를 내건 뒤 관철되지 않으면 "앞으로 교류가 없다"고 우리를 압박했다. 심 후보는 "당신들 입장이 있고 우리 입장이 있다. 자기 집에 불러놓고는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일"이라고 질책했다. 결국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공동 합의문 작성과 관련해 전향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남이든 북이든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리다는 확고한 태도 속에서 최소한의 공약수를 만들어 일을 성사시키는 그의 면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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