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대선후보 문재인] 국민이 일 시키기 딱 좋은 '젠틀맨'

입력 2017-04-29 00:05:01

권철승 경기 화성병 국회의원

문 후보가 2012년 대선 때 권 의원 지역구를 찾아 유세한 뒤 오리고기 식당에서 찍은 기념사진.
문 후보가 2012년 대선 때 권 의원 지역구를 찾아 유세한 뒤 오리고기 식당에서 찍은 기념사진.
유중근 변호사
유중근 변호사

5'9 '장미 전쟁'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각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정책공약과 TV 토론 등을 통해 누가 대한민국호(號)를 끌고 갈 적임자인지 가늠하느라 유권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본지는 여기에 더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유력 후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친구나 선후배, 당원 등을 통해 각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짚어봤다.

◇권철승 경기 화성병 국회의원…국민이 일 시키기 좋은 '젠틀 선비'

문재인 후보와 나는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각각 근무했다.

청와대 시절을 회상해 보면 문 후보는 회의 때 행정관과 같은 실무자급도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는 한편 충분히 듣기도 했다. 절대 아랫사람들의 말을 끊거나, 말을 놓거나, 무례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젠틀 재인'으로 불렸다. 직접 대화를 나눠 본 사람이라면 그가 군대를 강제징집당하고, 평생 민주화 운동과 인권'노동변호사를 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민정수석실에는 각 기관들이 국정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소위 '정보보고서'들이 많다. 감사원, 경찰청, 기무사, 국정원 등등에서 생산된 보고서들을 검토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 번은 보고차 수석실에 들어가 보니 문 후보가 보고서 더미를 모두 정독하느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저 많은 걸 밤을 새워 읽었단 말인가. 정말 대단한 워크홀릭이구나.'

2012년 대선 때였다.

문 후보가 대선을 이틀 정도 앞둔 시점에서 필자의 지역구인 경기도 화성시 병점역에 유세차 찾아왔다. 전철역 일대가 마비되는 대성황을 이뤘다.

그날 동네 오리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근 1년을 살아왔으니 좀 변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변했더라도 실망하지 말자'는 생각까지 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는 생각은 '그대로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였다.

그는 '젠틀한 노잼(No+재미)'에 가까운 선비 타입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일 시켜먹기 딱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편한 길을 버리고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평생을 싸웠고, 참여정부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정권의 2인자였으나 단 1건의 부패 스캔들도 없다. 온갖 가짜뉴스와 중상모략이 어지럽게 춤을 추고 지난 10년간 엄혹한 검증 속에서도 문재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경희대 법대 후배 유중근 변호사…20여년간 거만하지 않고 변함없어

경희대 법대 9년 선배인 그는 197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를 겪고 강제징집당한 끝에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뒤 불과 1년 정도 준비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2등 수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으로 판사 임용 탈락,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활동 등 우리에겐 '전설'이었다.

20여 년 전 '법무법인 부산'에서 처음 만난 그는 기대(?)와는 달리 과격한 환영은 없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뤄질 것"이라고 격려해줬다.

워낙 담백한 스타일의 문 후보는 늘 한결같은 친근함이 있어 이후 수년 만에 가끔씩 하는 전화와 조우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묘한 매력이 있다.

올해 초 문 후보에게서 전화가 왔다. "포항 같은 곳에 유 변호사 같은 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번에는 좀 도와주세요."

20여 년 전 그때처럼 차분하면서도 정감 어린 말투였다.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북이고 포항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여태까지의 정치인하고 다른 사람인가를 고민한 끝에 내가 본 '인간 문재인'을 포항을 비롯한 경북지역민에게도 알리기로 했다.

문 후보가 일상에서 친한 사람을 만날 때 하는 가장 친근한 행동은 눈을 크게 뜨고 눈을 맞추고 손을 꽉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에 발린 치켜세움이나 립서비스도 없다.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사람이다. 파란만장한 인생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문 후보는 20여 년 동안 전혀 거칠어지거나 거만해지지 않았다. 그만큼 소신과 심지가 굳다는 것이다.

또한 문 후보가 활동하던 시기 변호사들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대구, 부산 할 것 없이 자칫하면 남의 입에 오르내리기 쉬웠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에서는 정치적 성향 때문에 문재인 이름을 거론하는 사람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변호사 문재인을 욕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도덕성과 정직성이 검증됐다는 것이다. '눈빛이 선한' 문 후보에게 신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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