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대선후보 유승민] 배려심·신의 깊어, 맷집·깡 좋아

입력 2017-04-29 00:05:01

권오을 바른정당 경북도당위원장

2004년 촬영한 경북고 57회 동기들.
2004년 촬영한 경북고 57회 동기들.

◇권오을 바른정당 경북도당위원장…배려심·신의 깊어, 여야 통틀어 '깡' 최고

나와 유 후보는 경북고 동기다. 유 후보는 학교 다닐 때 공부는 무척 잘했는데 흔히 말하는 범생이는 아니었다. 소주도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소위 말하는 노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 가난했던 친구에게는 따뜻했고 배려심이 많았으며 노는 친구들에게는 신의가 두터웠다. 공부도 잘하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도련님인데도 소탈하게 여러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다. 자기 철학이 뚜렷하고 행동에 거침이 없는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재경동창회장이 되었을 때 퇴학당한 친구들도 동창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회칙을 바꿀 정도로 배려심이 있었다.

2004년 한나라당에서 여의도연구소장과 국회의원으로 만나 일할 때 유 후보는 늘 나보고 "이회창 총재와 당 지도부에 고분고분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만 그때는 젊은 의원이 바른 소리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흘려듣곤 했다. 요즘은 오히려 내가 유 후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과거 대구 동구청장 공천을 앞두고 동구 갑'을 위원장이 갈등을 겪고 있었을 때 혹시나 다른 위원장이 곤경에 처할까 봐 과감히 양보할 만큼 배려심과 신의가 깊다.

유 후보 본인은 이렇듯 신의를 목숨처럼 지키지만, 지난 2007년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치아가 다 빠질 정도로 열정을 다했는데 그 후 온갖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개인적인 불평이나 불만을 토해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정책이나 대의에 대해서는 소신을 분명히 밝히지만, 정작 본인의 일은 속으로 삼키는 그런 인격의 소유자다.

이렇듯 내가 아는 유 후보는 자기의 이익을 계산하면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철학이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심사숙고한 후에 행동으로 밀어붙이고는 후회하지 않는 경상도 사나이 그 자체다. 여야를 통틀어 맷집과 소위 말하는 '깡'은 유 후보가 최고일 것이다.

오랜 세월 지켜본 유 후보는 한결같이 어떤 문제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저돌적이고 집요하게 붙잡고 있고, 일단 결심이 서면 행동도 빠르고 일에 대한 실수가 없다. 그래서 까칠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학창시절처럼 친구와 동료를 챙길 줄 아는 따스한 면도 있고 상대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해 주며 굉장히 가정적인 면도 있다.

◇이기만 대경영상의학과의원 원장…다 놀고 전교 2등, 그래도 얄밉지 않아

유승민 후보와 나는 중 3때 같은 반이었다.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지만 중학교 때 더 재밌는 추억이 많다.

우리는 축구를 좋아했다. 유 후보가 요즘은 언론에 야구 이야기만 하던데, 원래 원조 축구광이었다. 쉬는 시간에 벤치 두 개를 골대, 테니스공을 축구공 삼아 2대 2 편을 먹고 쉬는 시간마다 공을 찼다.

유 후보는 금수저가 맞다. 항상 전교 2등을 했다. 전교 1등은 공부만 주야장천 하는 우리 반 공부벌레 친구 차지였다. 놀 것 다 놀면서 전교 2등을 하니 참 머리가 좋은 놈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시골에서 대구로 유학 온 다른 친구들보다 집안 형편도 좋았지만, 한 번도 잘난 척을 한 적이 없다. 축구하고 나면 항상 배가 고팠는데, 당시 나는 빵 사먹을 돈도 없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기만아, 같이 가자."

유 후보가 매점에 가서 항상 내 빵을 사줬는데, 그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는 돈 없는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다. 공부도 잘하고 공도 잘 찼지만, 우리가 얄밉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1987년 가을, 유 후보에게 빚을 졌다. 내가 강원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였다. 서울에서 경북고 동기 모임을 한다기에 휴가 날짜와 맞아서 놀러 갔다. 모임이 끝난 뒤 잠잘 곳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는데 유 후보가 "기만아, 우리집에 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집에 아내와 아들이 있어서 곤란할 텐데도 갈 곳 없는 친구를 챙겨준 유 후보가 참 고마웠다.

우리는 경북고 57기다. 동기들은 잘난 친구들이 많지만 유 후보 돕자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고 똘똘 잘 뭉친다. 유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뒤 이 친구 도우려고 57기가 따로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을 정도다. 촌놈 유승민, 의리 있고 인간적인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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