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국회 앞에서 회식을 마치고 대리기사에게 핸들을 맡기고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선 40대 초반인 기사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는 주식으로 7천만원을 잃어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낮에는 직장도 다닌다. 업무 분야는 인터넷 쪽인데 IT 분야가 아닌 네트워크 쪽이다. 건물에 인터넷망을 설치하는 회사 직원이었다.
그는 "기존 건물에는 이미 인터넷망이 다 깔려 있고 신축 건물 위주로 일을 얻어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 때문인지 좀처럼 일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어떨 때는 월급 받기도 미안할 지경이다"고 했다.
그의 월급은 300만원이 조금 안 된다. 퇴근 후 하루 4시간 동안 대리운전으로 버는 돈은 60만원 남짓이다.
큰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저녁도 거르고 투잡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월세가 50만원이다. 대리해서 딱 그 돈 내면 땡인데 누가 월세 대신 내 주겠나. 이렇게라도 벌어서 내야지"라고 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대선으로 옮겨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좋아서가 아니란다.
"아무리 봐도 다 똑같이 한심한 사람들이에요. 투표는 해야겠고, 되는 사람 찍어야 하니 문을 생각한 것뿐입니다. 이번 선거처럼 찍을 사람이 없던 적은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기자는 '전쟁 분위기가 심상찮다'며 보수 성향을 끌어내 보려고 시도했다. 대답이 충격적이다.
"북한이 핵을 쏘든, 대포를 쏘든,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굶어 죽으나 전쟁 나서 죽으나 매한가지 아닙니까. 우선 먹고살아야 하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북한 문제는 더 이상 우리 세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선을 돌려보자. 지난 25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주요 후보들은 자신의 롤모델을 한 명씩 꼽았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세종대왕을, 홍준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각각 다산 정약용과 삼봉 정도전을 꼽았다. 위인들을 보고 배우겠다는 말도 한목소리로 전했다.
이제는 후보들 중 한 명이 스스로가 위인이 돼야 할 시간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위인 반열에 들 후보는 이제 국민에게 시선을 돌려야 한다. 불안한 직장과 격무에 시달리는 위의 40대 남성은 경제'안보'정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지 후보는 없고, 굶어죽으나 전쟁으로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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