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같지 않은 일본' 오키나와

입력 2017-04-27 00:05:01

절벽 사이로 '숨은 보석'하늘과 바다 푸른 입맞춤

최근 해외 유명 잡지의 화보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비세자키 해변의
최근 해외 유명 잡지의 화보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비세자키 해변의 '와루미 절벽'. 양 절벽 사이로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목이 마를 만큼 아름답다. 열도의 최남단, 160여 개의 섬, 제주도 3분의 2 크기인 본섬. 이런 수사적 지표를 잊을 만큼 오키나와는 '지상낙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히라가나, 일본인 특유의 계산된 친절함은 그대로지만 오키나와의 속살은 다르다. 태풍 피해를 막으려 목조 대신 회색빛 시멘트 건물이 즐비하고 본토 사람도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들이 난무한다. 사무라이 정신과는 다른 '류큐 왕국'의 문화재는 오늘날 세계유산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이 남긴 끔찍한 상흔들은 전리품처럼 화려하게 밤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반된 모습이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풍경 때문일까. 아니면 감추려고만 하는 슬픈 과거 때문일까.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 '와루미 절벽'

◆'인증 샷' 남기고 싶은 지상낙원

오키나와를 가는 이유는 세 가지 중 하나다. 눈부신 바다, 따뜻한 기후, 섬 특유의 여유로움. 특히 '빨리빨리 DNA'가 박힌 한국인으로서 맛본 느긋한 삶은 귀국을 하고 나서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숨은 명소인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이 그랬다.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멋들어진 풍광 때문에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본래 가로수길의 목적은 방풍림이었다. 7월부터 10월까지 연간 7, 8개의 태풍이 지나가는 오키나와는 잎이 빽빽한 망고스틴나무를 심어 강풍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있다. 대부분 200여 년이 넘은 고목이라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관광지는 아닌 셈이다. 단, 여름이면 긴 바지도 뚫어내는 모기가 득실거리기 때문에 모기 퇴치제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세자키 해변의 '와루미 절벽'도 가봐야 할 필수코스다. 파랗게 물들인 비단이 내려오듯 양 절벽 사이로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해외 유명 잡지사의 화보 촬영지로 뜨고 있기 때문에 '인증 샷'을 남겨야 할 명소로 꼽히고 있다.

#류큐 왕국 대표 문화유산 '슈리성'

◆지워버리고 싶은 슬픈 과거

오키나와를 찾는 목적이 '역사' 때문이라면 슈리성을 찾아야 한다. 오키나와는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류큐'라는 별개의 왕국이었다. 한국에는 경복궁, 중국에는 자금성이 있듯이 류큐 왕국에는 슈리성이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19세기 말 류큐 왕국은 고유 언어마저 말살당한 채 제국주의를 표방한 일본에 굴복하고 만다. 특히 일본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본토 상륙을 막기 위해 오키나와를 방패막이로 삼았으며 3개월간 무차별 폭격을 방치했다. 그때 슈리성 대부분이 파괴되어 1980년대 말부터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종전 후 오키나와는 미군 통치령으로 전환되었으며 군사기지로 사용되었다가 1972년 다시 일본에 반환되었다.

이 때문인지 본섬에서는 반일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특히 사드 배치 등 아베 정부의 군사기지화 방침을 적극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했던 전쟁의 상흔이 아직 오키나와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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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갈까

#추사랑 덕분에 유명해진 추라우미 수족관

#길이 1,960m 멋진 고우리 대교 필수 코스

#코끼리 코 모양 만자모 북적

▷추라우미 수족관=추라우미(美ら)는 '아름답다'라는 오키나와의 방언으로, 국내외 예능'드라마에서 소개된 적이 많다. 추성훈의 딸 사랑이가 찾은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수족관에는 오키나와 근해에 사는 바다 생물 2만여 마리가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큰 볼거리는 7천500㎥의 수량을 뽐내는 대형 수조에서 헤엄치는 고래상어다.

▷아메리칸 빌리지=미군이 사용하던 비행장 부지를 반환받아 미국 서해안을 모델로 개발한 도시형 유람지. 대형 쇼핑몰과 식당, 극장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최고 60m까지 올라가는 대관람차가 랜드마크.

▷고우리 대교=렌터카를 빌린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가야 할 필수 코스. 야기지 섬과 고우리 섬을 잇는 다리로 총길이 1천960m에 달해 본섬에서 가장 긴 다리이다. 화창한 날씨일수록 청색과 보랏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고운 빛깔의 바다가 대교 아래로 흐른다. 달리다 풍광에 취해 차를 멈추는 관광객도 종종 있으니 주의할 것.

▷만자모=코끼리 코 모양을 한 바위가 특징으로 오키나와 대표 관광명소이다. 류큐 왕국의 왕이 "1만 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지형을 가진 곳"이라 감탄한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선 조인성'공효진 주연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다. 푸른 초원과 바다를 배경으로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비오스의 언덕=아열대 자연환경을 재현한 테마파크로 일 년 내내 난이 피고 들새와 곤충, 담수어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용 모양을 한 인공호수에서 카누와 관람선을 탈 수 있는데 일본 가이드가 한국어로 상세히 설명을 해준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만들었던 수상 무대에서는 류큐 전통 의상을 입은 무용사가 등장해 공연도 선보인다.

▷세이화우타키=류큐 왕국 7개의 신앙지 중 하나로 최고 신녀(神女)의 취임 의식이 행해졌다고 한다. 오키나와 제일의 영지로 2000년에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2개의 거대한 바위로 만들어진 '산구이'라는 참배소를 지나면 신들의 섬 '구다카지마'를 볼 수 있다. 원래 남자는 못 들어가는 신녀의 성지이지만, 최근 관광객의 증가로 남녀 모두에 개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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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까

#면발 쫀득한 오키나와 소바에 아와모리 소주 한잔

▷오리온 맥주=오키나와에서 생산되는 대표 맥주. 현지 공장 견학을 통해 원료 설명부터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공장 2층에서는 갓 만들어진 맥주를 2잔까지 무료 시음할 수 있다. 탄산이 적당히 빠진 특유의 풍미 덕분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 운전자와 미성년자에게는 주스가 제공된다.

▷아와모리 소주=류큐 왕국 때부터 특별 관리받았던 전통 증류주. 물과 누룩으로만 술을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오키나와 소바'의 기름진 냄새를 빼기 위해 양념으로도 사용되며 쌀로 만들어져 한국의 청주와 비슷한 맛을 낸다.

우미부도='바다의 캐비아'로 불리는 해초로 초록색 방울이 촘촘히 박혀 있어 '바다 포도'라고도 불린다. 저칼로리에 미네랄이 풍부해 오랜 기간 섭취할 경우 장수한다고 전해진다. 해산물 요리와 궁합이 잘 맞으며 짭짤한 식감에 씹으면 톡톡 터지는 풍미도 더해 어린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오키나와 소바=돼지고기와 다랑어를 넣고 끓인 육수에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면을 넣어 삶아낸 음식. 굵은 우동 면발로 식감이 쫀득쫀득하다. 두툼한 돼지 족발이 3, 4개 얹혀 있고 생강, 파 등이 고명으로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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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볼까

#한국 해태와 닮은 시샤, 행운 가져다 주는 수호신

▷데이고=4월에서 6월까지 피는 오키나와 대표 꽃.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시기와 비슷해 원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1976년 현화로 지정되었다. 나무는 10m 높이까지 성장하는데, 특히 꽃이 만발하는 해에는 태풍이 많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시샤=한국의 해태와 닮은 오키나와 전설의 동물. 대부분의 민가나 관공서 건물 장식으로 쓰이며 암'수 쌍으로 구성되어 있다. 액을 위협해 쫓는다는 의미로 수컷은 입을 벌리고, 암컷은 입을 다물어 복을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라테=170여 개국에 널리 알려진 일본 대표 무술로 오키나와가 발상지다. 올해 3월부터 대련이나 수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가라테 회관'이 운영 중이며 관련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에이사=추수감사절 때 추는 전통춤 공연으로 오키나와 월드나 국제거리서 정기공연이 펼쳐진다. '빠란쿠'라 불리는 북과 현악기의 연주에 맞춰 율동을 펼치며 명절 때는 각 마을의 청년들이 팀을 이뤄 경연을 벌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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