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금·토 드라마 대결 승자는?

입력 2017-04-21 00:05:01

tvN 시청률 반등하나, JTBC 기세 이어가나

'시그널' '디어 마이 프렌드'에 '도깨비'까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금토 드라마 라인업을 줄줄이 히트시킨 tvN이 최근 들어 저조한 성적으로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종영한 신민아-이제훈 주연작 '내일 그대와'가 1%대의 처참한 시청률로 실패하며, 무려 20%까지 치솟은 전작 '도깨비'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이어 유아인-임수정 등 톱스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를 내놨지만, 초반부 성적은 2%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JTBC는 지난해에 잘 나오면 4% 수준, 그렇지 못하면 2%대에 그치던 드라마를 내놓다가 최근 '힘쎈여자 도봉순'을 금토 심야 11시대에 편성하면서 10%대 벽까지 넘어서는 성공을 맛봤다.

매번 tvN과 같은 8시에서 정면 승부를 하다 한층 더 트렌디한 작품을 가져오며 시간대까지 옮겼는데 이 승부수가 절묘하게 통했다. 후속작으로 박해진-박성웅-김민정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맨투맨'을 편성하고 기세를 이어가려 한다.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건 아니지만 유일한 금토 편성 드라마로, 또 아이러니하게도 승기를 나눠서 가지고 있는 두 방송사의 콘텐츠를 비교해봤다.

#시카고 타자기

과거·현재 넘나드는 산만한 설정

유아인·임수정 연기도 불협화음

초반 시청률 2%대 못 넘고 허우적

#맨투맨

액션+코미디+멜로 '맛난 혼합'

별생각 없이 웃고 즐기기에 딱~

도봉순 후광 더해져 기대감 높아

◆tvN, '시카고 타자기' 캐스팅-화제성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

'시카고 타자기'는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가 극본을 쓰고, 지난해 '공항가는 길'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과시했던 김철규 PD가 손을 잡은 드라마다. 유아인과 임수정이란 톱스타까지 투입돼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또한,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질투의 화신'까지 연이어 히트작에 출연한 고경표까지 가세해 외적으로 완벽한 조합을 이뤘다.

tvN 측에서도 '시카고 타자기'가 신민아와 이제훈이란 스타 캐스팅으로도 철저하게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한 '내일 그대와'의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는 묘약이 될 거라 기대했을 터.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회까지 방영되는 동안 2%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작품 전반에 대한 평가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1930년대 경성과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두고 산만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심지어 유아인과 임수정의 연기에 대해서도 '과하게 느껴진다'는 혹평이 불거졌다.

단순히 저조한 시청률에 발목을 잡히고 선입견까지 생겨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 측면이 두드러지는 경향도 없지 않다. 색안경을 벗고 살펴봤을 때 '시카고 타자기'는 분명히 장점이 많은 드라마다. '공항가는 길'로 캐릭터의 심리상태까지 절묘하게 화면에 구현해냈던 김철규 PD는 이번에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팬, 그리고 스타 작가 뒤에 숨어 집필하는 이름없는 유령 작가로 구성된 캐릭터 조합도 최근 발표된 드라마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구성이라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설정 자체에 피로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앞서 지난해 방송됐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도깨비' '푸른 바다의 전설', 그리고 '사임당 빛의 일기' '내일 그대와' '터널' 등의 드라마에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등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에 일종의 타임슬립 관련 내용이 판을 쳤던 게 사실이다. 이쯤 되면 시간여행이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든 그 내용이 어지간히 탄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는 쪽에서 식상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나마 OCN에서 방영된 '터널'이 5%대를 넘어서며 인기작이 돼 계열 채널 tvN이 내놓은 '시카고 타자기' 앞에도 꽃길이 깔리는가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은 받지 못했다. 4회까지는 분명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도 신과 신의 이음매가 느슨해 몰입도 자체를 높이진 못했다. 영상이 뛰어나지만 '공항가는 길'에 절묘하게 어울렸던 연출 감각이 '시카고 타자기'에선 은근히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듯해 아쉽다. 그러니 배우들의 연기도 그 안에 잘 섞여들지 못한다.

물론 연출과 극본뿐 아니라 배우들의 조합도 이 정도면 최상이라 할 만한 수준이라 아직 그 결과를 미리 점치기에는 이르다. 전작 '내일 그대와'가 1%대까지 곤두박질쳤던 만큼 이 시간대를 시청자들에 다시 인지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삐걱거리다가도 감을 잡고 제 궤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JTBC, '도봉순' 대박 흥행 바통 '맨투맨'에 넘겨

tvN이 '시카고 타자기'의 흥행부진으로 고민에 빠진 데 반해 JTBC는 신작 '맨투맨'을 내놓으며 또 한 번의 '대박'을 노리고 있다.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이 2~4%대에서 허우적거리던 JTBC 드라마의 성공 기준을 바꿔놓은데다 드라마 불모지였던 금토 심야 11시대를 개척해 이 시간대에서 독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은 상황. 게다가 '맨투맨' 역시 '힘쎈여자 도봉순' 못지않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 만만찮은 화제성은 일단 극본으로부터 비롯된다. '맨투맨'은 '도깨비'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공동집필해 신드롬을 형성했던 김원석 작가의 차기작이다. 이번에는 김원석 작가가 단독으로 집필했으며 지난해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히트시킨 이창민 PD가 연출로 나섰다. 여기에 화제성 면에서 남 부러울 것 없는 한류스타 박해진이 주연배우로 나섰고 선 굵은 연기를 주로 보여줬던 박성웅이 동반출연해 투톱을 이룬다. 둘 사이에 김민정이 끼어들어 삼각구도를 형성하며 여기에 연정훈이 악역으로, 또 채정안과 정만식까지 출연해 힘을 보탠다. 능력 있는 비밀요원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톱스타의 경호원으로 위장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액션과 코미디, 멜로 등 여러 장르를 버무려 주말 밤에 편안하게 보기 좋은 킬링타임용 드라마로 사전제작을 마쳤다.

이 '킬링타임용 드라마'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꽤 오래된 표현인데 과거 극장가에서 별생각 없이 그저 웃고 즐길 수 있는 B급 액션이나 코믹영화들을 두고 '킬링타임용 무비'라고 부르곤 했다. 앞서 '힘쎈여자 도봉순'이 금토 심야 11시대에 편성됐을 때도 '주말 심야에 누가 신경 써가며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겠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에는 분명 '힘쎈여자 도봉순'이 가지고 있던 통통 튀는 유머감각이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굳이 앞뒤를 조합해가면서 집중하지 않아도 쉽게 내용을 파악하고 그저 매 신과 신에서 묘사되는 소위 '병맛 유머 코드'에 웃고 즐기면 되는 드라마. 그러니 시청자들은 술 한잔을 마시고 들어온 주말 밤에도 편안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고 키득거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중반 이후부터 내러티브의 개연성과 캐릭터의 정체성까지 무너트리면서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점에서 작품성으로 절대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는 드라마다.

다만, 완성도보다 일방적으로 웃음을 주는 방법을 택해 수요층이 불분명했던 시간대까지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적어도 지극히 상업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전략의 가치도 무시해선 안 된다. 재미있는 건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지는 후속작 '맨투맨' 역시 트렌디한 멜로에 첩보전을 가미하고 무엇보다 코믹을 내세운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의 설명만 듣고 보면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 성격을 그대로 살려낸 드라마다. 물론, '힘쎈여자 도봉순'의 뒤를 이어 또 한 번 히트퍼레이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