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나의 봄날, 10년

입력 2017-04-21 00:05:01

수성아트피아는 다음 달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특별히 다음 달 7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이 있으며 이미 1천200여 석 티켓은 동났다. 또 전시장에서는 5월 한 달간 밀레니엄 선정 작가인 코스쿤과 유명 설치미술가 권정호가 컬래버레이션한 '숭고한 공간과 고귀한 흐름' 전시회가 열린다. 하지만 내가 맡고 있는 예술아카데미는 어쩐지 좀 허전하다. 한 학기 1천여 명의 회원들이 다녀가지만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10주년 백서 제작을 위해 회원님 한 분께 원고를 부탁해 답을 받았다.

'나의 봄날, 10년'

-늙기는 쉬우나 배우기는 어렵다. 짧은 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지금 이 순간 절절히 새겨지는 시구다.

무한의 여유가 생긴 인생의 중반, 헛헛함과 앎에 대한 목마름에 오아시스를 찾았다.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

벽면을 채운 사랑스러운 나의 책들, 알뜰한 내 흔적의 결과물이다. 정독과 반복, 예'복습. 하루 같은 10년은 새 세상이었다. "I am Happy!" 거침없이 말하곤 했다. 2007년 삼국유사를 시작으로 제자백가, 문학, 미학, 신화, 그리스 희비극, 미술사, 음악사. 귀한 분들의 안내 없인 알 수 없었던 근현대 철학까지, 예술아카데미는 인문학의 정수를 제공해준다.

이틀 밤을 새우며 '신의 계보'를 달력 뒷면에 정리하고는 행복한 탈진에 빠지기도 했다. 단테의 '신곡'은 몇 권을 샀던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가지처럼 뻗어 파고드는 내용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던가. 만화부터 시작해서 초'중'고 단계의 책을 구해서 읽으며 또 감을 잡고 행복해 한다. 고행 뒤의 성취감은 종교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맞추어 익히니 역시 기쁘지 않은가. 배움의 기쁨을 망륙(望六)에 시작했으나 이순(耳順), 기로(耆老)를 넘어 상수(上壽)의 파티를 꿈꾼다. 배움에 나이가 있겠는가. 10년 뒤 이곳에 서 있는 조금은 더 성숙하고, 지혜가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68세란 나이가 무색하게 항상 밝고 소탈한 얼굴로 모두를 반겨주시는 회원님. 언제 이런 내공을 쌓으셨는지 글에 묻어나는 노년의 자유로움과 인생의 깊이에, 문구마다 묻어나오는 꾸밈없는 사랑스러움에 감동한다.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의 주인은 이렇게 배움을 사랑하고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회원들이다. 회원들의 모습에서 예술아카데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초심을 되찾는다. 예술아카데미는 수강회원들과 함께 자란다. 덧붙여 앞으로 다가오고야 말 나의 노년도 부디 저분처럼 삶의 여유와 지혜의 풍요로움이 깃들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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