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채취 막는다'며 출장 간 교직원이 무단 채취

입력 2017-04-17 00:05:01

울릉교육지원청 근무기강 논란…울릉중 시설 부지 단속나서 고가의 특산물 채취

울릉도 내 교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일부 교직원들이 일과 시간 중 출장처리를 한 뒤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6일 울릉교육지원청 근무상황부에 따르면 직원 L씨와 S씨, K씨 등은 각각 지난 10~12일까지 3일 중 2일간 출장처리를 했다. 가칭 '울릉중학교' 신설 예정지 내에서 농작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것을 단속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들은 이 기간 해당 부지에서 산나물인 '고비'를 채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비는 울릉도 특산 산나물 중 가장 비싼 작물로, 말린 고비 400g이 7만원 선에 팔린다.

지역 농가에 따르면 고비는 뜯는 것 외에 삶고 말리는 과정에 드는 노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 3일 정도 걸리는 건조 단계에서도 수시로 뒤집고 문지르고 터는 과정이 필요하고 비가 오는 것을 항상 신경 써야 한다.

이들은 채취한 산나물을 지원청 앞마당에서 삶아 옥상에 말렸다. 삶는 작업은 일과 시간을 피해 이뤄졌지만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근무시간에도 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농민들의 의견이다.

울릉교육지원청이 2015년 사들인 해당 부지는 예전에 산나물을 재배하던 곳으로 지금도 고비와 삼나물, 미역취, 두릅, 명이 등이 자란다. 산나물 채취 적기로 꼽히는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학교 신설부지 현장점검' 등의 명목으로 직원들이 해당 부지에 출장을 간 것은 총 11일로 하루 평균 2, 3명씩 현장을 다녀갔다. 울릉도 산나물 채취 적기에 출장을 내고 산나물을 채취한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일과 시간에 학교 행정실 직원 2명이 해당 부지에서 산나물을 뜯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복수의 제보자는 "12일 오전 9시 30분쯤 인근 중학교 행정실장과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이 해당 부지에서 산나물을 채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울릉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최근 3일 외엔 산나물을 채취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고비를 채취한 것은 지원청 방문객에게 선물할 홍보물을 제작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K씨는 당시 채취한 산나물을 모두 자신의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교직원과 관련한 의혹에 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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