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커 "남자에게도 나이 물어보시나요?"

입력 2017-04-16 20:47:33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19승을 기록한 미국의 베테랑 크리스티 커(39)가 우승 후 나이에 관련된 질문을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커는 16일(한국시각) 미국 하와이주 오하우섬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6천39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 한국의 장수연(23)에게 역전우승을 거뒀다.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LPGA 투어에서 만 39세의 커가 우승하자 기자회견에선 자연스럽게 나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한 기자는 커에게 "당신의 자녀라고 해도 될 정도의 어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커는 최근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메이저대회 무승 징크스를 깬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37)를 예로 들며 나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커는 "가르시아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지만, 누구도 가르시아의 나이를 화제로 삼지 않았다"며 "내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의 재치있는 답변에 기자회견장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만 커는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나만큼 오랫동안 투어 경험을 가진 선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처음 4, 5개 홀에서 공이 잘 맞지 않더라도 나는 걱정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첫 버디를 잡게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한다"며 경험에 기반을 둔 경기운영 비결을 소개했다.

실제로 커는 4라운드 초반 장수연에게 최대 5타 차까지 뒤졌지만 착실하게 타수를 줄여나갔고, 승부처인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으면서 단독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단독선두 자리에 오른 커는 이후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3타차로 여유 있는 우승을 확정했다.

LPGA 투어에서 만 20년을 활약한 커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는 무결점 골프로 LPGA 투어 19승째를 기록했다. 특히 커는 지난해 말 무릎 수술을 받는 등 올 시즌을 앞두고 위기를 겪었지만 힘든 재활 훈련을 소화하고 2015년 이후 첫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장수연(23'롯데)과 전인지(23)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장수연은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범하면서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친 장수연은 1위 크리스티 커(미국)에 3타 뒤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은 전인지(23)도 전날 4위에서 공동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정상에 오른 유소연(27'메디힐)은 15언더파 273타로 단독 6위를 기록했다.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11언더파 277타로 신지은(25)과 함께 공동 11위, 박성현(24'하나금융그룹)은 9언더파 279타로 공동 23위에 자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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