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현금도 10원짜리 동전, 전과 없고 고령 기소유예될 듯
지난 8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동 한 단독주택. 대규모 도박판이 벌어졌다는 112신고를 받은 동부경찰서 형사와 효목지구대 경찰관 10여 명이 현장을 급습했다. 초반 기선 제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아는 베테랑 형사들은 바짝 긴장한 채 현관문을 과감하게 열어젖혔지만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박 참가자는 70, 80대 할아버지, 할머니 등 16명으로 속칭 '아도사키' 도박 중이었다. 화투패가 올려져 있는 담요 앞에 길게 앉아 '○' 또는 'X' 표시된 곳에 수백만원의 판돈을 건 채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는 도박꾼들을 상상했던 형사들 눈앞에 펼쳐진 판돈은 수천원에 불과했다. 압수한 현금은 대부분 10원짜리 동전이었고, 16명의 지갑에 있던 지폐를 다 모아도 1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경찰은 동전이 눈속임을 위한 일종의 '칩'이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몇몇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게임 '룰'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고,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돈거래를 기록한 장부는 나오지 않았다. 집 근처에 이른바 '문방'(감시자)도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문 도박꾼으로 보기에는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인근 망우공원에서 1점당 10~100원짜리 화투놀이를 하며 알게 된 지인들이었다. 비가 오거나 날이 어두워지면 A(52'여) 씨 집에서 화투 대신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아도사키'를 해왔다. A씨는 장소를 빌려준 대가로 참가자들로부터 하루 1만~3만원을 받아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범으로 검거된 어르신들이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고령화사회의 단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판돈도 적고 전과도 없는 데다 고령인 점을 감안해 검찰이 기소유예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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