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전통적 라이벌…YS 배출한 경남고 또 기대, 부산고 '첫 대통령' 기회
부산은 19대 대선 양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남항초교-경남중-경남고)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동래초교-중앙중-부산고)의 정치적 고향이다. 부산의 선택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여론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 현실화, 보수 텃밭이었던 부산에 보수 후보가 없는 데 대한 아쉬움, 짧은 선거기간 네거티브가 판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분위기가 주로 읽혔다.
수영구 광안리 인근에서 탄 택시 기사 이영욱(56) 씨는 "요즘 택시를 타는 승객들은 대체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보다는 반대하는 후보를 욕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인해 유권자들 역시 특정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보다 안 돼야 하는 이유에 더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서면 지하철역에서 만난 회사원 이정우(37) 씨는 "나를 포함해 20~40대 중반 유권자층에서는 문 후보 지지 성향이 높은 것 같다"면서 "문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를 선택하면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보니 그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양강 구도 사이에 언급을 꺼리고 있는 보수 지지층도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전통시장에 부식거리를 사러 왔다는 유재혁(82) 씨는 선거 얘기에 "나이 든 사람들은 요즘 정치 얘기 잘 안 한다. 그래도 보수 후보인 홍준표 찍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30일 만에 뒤집겠나"라고 되물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 사이에 언급을 꺼리고 있는 보수 지지층도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안 찍거나 안철수 얘기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밝힌 유 씨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이북부터 간다 하니 안 찍는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곁에서 듣고 있던 지승호(78) 씨는 "안철수가 검증된 게 뭐가 있느냐. 당도 호남 중심의 당인 데다 그 양반이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 같은 사람이 다 해 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혀를 찼다.
그러나 거리를 돌며 만난 시민들 중 많은 이들은 "대선에 관심이 있지만 찍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달라진 게 뭐 있나" "싸우기만 하지 국민을 위해 뭘 하겠다는 거냐"는 등의 냉소적인 반응과 "이렇게 갈가리 찢어져 대선이 끝나면 나라 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나라를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편 부산에서 전통적 라이벌로 통하는 부산고와 경남고 동문들이 남다른 대선을 맞고 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25회) 후보가 경남고, 안철수(33회) 후보는 부산고 출신이어서다. 동문들의 활발한 개별적 지지 활동은 부산의 또 다른 대선 풍속도 중 하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배출한 경남고 동문들은 두 번째 '동문 대통령'을 바란다. 황유명(29회) 총동문회 사무총장은 "지역의 보수적인 분위기상 4년 전 대선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 동문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공개적 지지를 나타내는 동문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30, 40대 젊은 동문들이 밴드나 카톡방을 통해 지지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50대 이상도 문 후보의 동기 기수에서 만든 '열린 포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부산고도 첫 '동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뛰고 있는 동문이 많다. 안 후보의 측근이기도 한 김현옥(36회) 전 국민의당 부산시당위원장에 따르면 30회 이후 기수의 젊은 동문이 많이 뛰고 있다. 민주당에 비해 열세인 조직을 동문들이 개별적으로 발로 뛰어 보완해 주고 있는 셈이다. 선배 동문들 역시 "유력 대선 후보가 동문 중에서 배출된 것은 경사"라며 경남고의 '열린 포럼'과 같은 조직을 결성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경남고는 전통적으로 정치인이 많고, 반면 부산고는 관료 출신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경남고는 활발하게 부산고는 차분하게 '동문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열기는 양교 모두 뜨겁다. 야구와 공부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두 학교의 동문들은 대선에서도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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