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9] 헤매는 보수표 잡는 자 대선 잡는다

입력 2017-04-10 04:55:02

'5·9 장미 대선' 최대 변수…보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 유승민 홍준표 저조 맥 빠져

"반기문, 안희정도 없는데, 누가 되든 다 똑같지."(대전 50대 노점상) "자유한국당 아니면 바른정당에 표 주려는데,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원주 60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지만 찍은들 당선이 불가능해 투표하지 않겠다."(대구 40대 서비스업 종사자)

5'9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심은 아직 표를 줄 곳을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매일신문 등 전국 유력 일간지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공동으로 '대선 민심 르포'를 한 결과 부산과 광주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유권자가 많았고, 대구경북과 강원지역민들은 보수 후보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당선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전'충청권 역시 전략적 선택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는 모양새가 뚜렷했다.

특히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의 텃밭 역할을 해 온 대구경북과 강원지역은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 모두 뒤처지고 문-안 두 후보가 앞서가는 양강 구도에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수적으로 우위인 보수성향 표이지만 이들을 흡수할 마땅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보수 후보가 아니라도 최악을 피하자며 차선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할 지가 관심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경향을 나타내고 있어 이들의 표심이 대선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분류돼 영남과 호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온 충청권 역시 뚜렷한 흐름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충청대망론의 대상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중도 탈락에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전략적 선택을 해 본 경험을 갖고 있어 남은 기간 동안 문-안 두 후보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는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열기가 뜨거운 곳은 부산과 광주다. 역대 대선에서 부산은 대구경북과 함께 보수의 텃밭이었다. 반면 광주는 야권 표심의 상징이었다. 두 곳에서는 문-안 양강을 바라보는 판세 역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하다.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에서 문 후보에게 쏠리던 민심은 안 후보의 부상으로 양분되고 있다. 여론조사 수치로는 문 후보가 다소 앞선다지만 안 후보 쪽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두 후보의 출신지인 부산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특히 문-안 대결이 부산의 양대 명문고인 경남고와 부산고의 경쟁 양상도 띠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경남과 호남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 방황하는 충청표심은 어디로 쏠릴 것인가, 갈 길 잃은 보수 성향 표를 누가 더 흡수하느냐 등의 변수가 5'9 대선의 판세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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