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은 천자문 자해(건, 곤 두 권)/ 이응문 지음/ 담디 펴냄
"위로는 하늘 밑으로는 땅, 그 가운데 인간사의 원리까지 천자문에는 세상의 이치가 다 들어 있습니다." 30년간 동양학문에 전념하며 문자의 생성 근원에 대해 고심해 온 이응문 동방문화진흥회 회장이 한자의 의미와 철학원리를 설명한 '세상을 담은 천자문 자해'(건, 곤 두 권)를 펴냈다. 이제까지 천자문 자해(字解)나 해설서는 많이 나왔지만 주로 상형(象形)에 대한 해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 책은 천자문 각 글자의 생성 원리를 경전에 근거해 주역으로 풀어가며 해설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풍부한 유학 지식과 동양학 소양이 곁들여져 한 편의 에세이를 대하는 듯 편하게 읽힌다.
◆한문 제자(製字) 원리 주역으로 해설=이 회장 책의 장점은 한문서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약간의 한문 상식만 있다면 모든 한자들이 쉽게 읽힌다. 예를 들어 '홍수 홍'(洪) 자는 여러 갈래의 물(水)이 같이(共) 합쳐져 흐르는 모양을, '잘 숙'(宿) 자는 집(家)에 많은(百) 사람들(人)이 모여 잠자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런 파자(破字)식 해설에서 이 회장은 한 걸음 더 나간다. 경전에서 명구(名句)를 찾아 예문을 제시하고 구체적 문장을 찾아내 학습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자 심화학습자들을 위해 주역의 괘(卦)나 효(爻)를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을 추'(秋)는 벼(禾)가 무더운 여름 뙤약볕(火)을 받아 결실을 앞둔 모양으로 해석하고 여기에 주역의 오왕지절(五旺之節)을 같이 해제해 사계절의 순환 원리와 우주의 괘를 같이 풀어내고 있다.
◆천자문 해제 매달려 30년 연구=이 회장이 천자문 해제에 나선 건 약 30년 전. 한문 입문서이자 기초서인 '천자문'을 알기 쉽게 정리해야 유학, 경전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였다. 물론 이전에도 시중에 천자문 해제서가 많이 나왔지만 맘에 차지 않았다. 문자 생성 원리나 동양학의 심오한 경지까지 접근한 책들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문의 해자(解字)는 물론 경전의 예문을 찾아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주역 원리까지 설명하는 일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이 30년이지 중간에 두세 번 정도 포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제 '밑천'이 다 드러나 심도 있는 해설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몇 년 후 막혔던 부분들이 뚫리면서 또 작업을 하고, 그러다 또 막혀 또 좌절하고… 계속 이랬던 거죠."
한자의 뿌리 연구를 계속할수록 한민족 문명의 우수성에 대한 깨달음도 커졌다. 학문이 역학(易學)적으로 풀리면서 한글, 한자의 원리가 한 뿌리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고, 환인, 단군, 동이족 등 한(韓) 문명이 중국 대륙을 압도했던 흔적들을 계속 발견했기 때문이다.
◆홍역학 창시자인 야산의 손자=이 회장에게 주역은 가학(家學'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학문)이다. 근대 주역의 대가로 홍역학 창시자인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이 그의 조부이다. 생존하는 한국 최고 주역학자로 꼽히는 대산(大山) 김석진(89) 옹이 야산의 제자다.
또 야산의 며느리이자 유일한 여제자였던 이 회장의 어머니는 서울 홍제동 인왕산 아래에 작은 암자를 짓고 불경과 주역을 가르쳤다. 이때 어머니에게 주역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약사가 이 회장의 부인 오금지 씨다. 오 씨는 몇 해 전부터 약국을 접고 이 회장과 함께 대구와 서울에서 주역을 가르치고 있다. 서로 문하생으로 학연이 닿은 후 혼연(婚緣)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가 서울 생활을 접고 대구로 내려오게 된 일화도 재미있다. 서울 흥사단에서 강의에 전념하던 그에게 어느 날 대산의 제자이자 동문인 고(故) 서현선(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가 대구행을 간청한 것이다. 서 씨는 자신의 건물을 동방문화진흥회에 기증하며 대구에 대연학당 설립을 추진하고 이 회장을 스승으로 초빙했다.
◆교사들이 먼저 읽었으면=이 책이 한자에 대한 기본 이해와 동양학에 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은 학교 교사들이 먼저 이 책을 읽고 그 깨달음을 학생들에게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특강이나 교재 문의가 오면 그가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이 회장은 성천문화재단과 영남 환경대학원, 계명문화대에서 주역원전을 가르쳤고 현재는 서울 본회, 대구 대연학당, 김천 등지에서 주역, 유학경전을 강의 중이다. 저서에 '주역을 담은 천자문'(2016), '태극사상과 한국문화'(2015), 주요 발표 문헌으로 '주역과 천도변화'와 '경원력 해설' 등이 있다. 576~592쪽, 2만5천원.
주역, 유학경전, 천자문 서울 본회 강의는 6일(목)부터, 대구 대연학당 강의는 10일(월)부터. 서울 02)2237-9137, 대구 대연학당 053)656-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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