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낸 만큼 칩 드립니다" 도박 권하는 카지노 술집

입력 2017-04-04 04:55:02

"그냥 보드 게임 즐기듯" 유혹, 서울서 인기 끌자 대구도 생겨

지난 2일 오후 10시쯤 대구 수성못 인근 한 술집. 대여섯 개쯤 되는 카지노 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손님들은 테이블 위에 맥주 등을 올려놓은 채 맞은편에 앉은 딜러와 바카라'블랙잭'룰렛 등 각종 카지노 게임을 즐겼다.

이곳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일명 '카지노 술집'이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인기를 끌자 최근 대구에도 등장했다. 손님들의 연령대는 20대에서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카지노 술집의 이용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 주점처럼 주류와 안주를 주문하면 주문 금액에 상응하는 게임용 칩을 받는다. 게임 규칙을 모르면 직원들이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직원은 "그냥 보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즐기면 된다"고 했다.

다만 게임용 칩을 돈으로 바꿔주거나 술 등으로 교환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칩을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칩의 '재물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게임 참여자와 업주는 각각 도박과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칩을 통한 환전이나 물품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박이라기보다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자체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류'안주 구입 가격이 곧 게임 참가비인 이곳에선 비싼 술을 시킬수록 더 많은 칩을 받을 수 있고, 칩을 모두 잃으면 또 술을 주문하면 된다. 게임 자체가 술과 도박 중독 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은 다른 업소보다 주류 가격이 30~50% 정도 비싸다. 혼자 온 듯한 한 중년 남성은 수십만원 상당의 칩을 들고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대구시 민생사법경찰과와 함께 몇 차례 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사행성 도박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며 "단속을 강화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형사 입건은 물론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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