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K-패션 사업 횡령 의혹, 섬유업계 "참담하다"

입력 2017-04-04 04:55:02

패션문화산업진흥원 사태 반응 "대규모 국비 사업 수행, 왜 신설법인에 맡겼나"

50억원대 'K-패션' 국비 사업과 관련해 횡령 등의 의혹(본지 3월 29일 자 8면 보도)이 나오면서 지역 섬유'패션업계가 참담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연구용역비 횡령 의혹이 제기된 (사)한국패션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진흥원이 2015년부터 2년간 국'시비 보조금을 받아 다이텍연구원(이하 다이텍) 등에서 각종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동안 협력업체들로부터 축제'행사 이후 지급액의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수천만원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

다이텍과 진흥원은 지난 2015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고한 'K-패션토탈비즈니스활성화사업'(이하 K-패션 사업)의 주관기관과 참여업체로 각각 선정돼 같은 해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사업비 50여억원을 받아 활동해 왔다.

국내 섬유소재 중소기업 20개사와 패션'디자이너 기업 10개사를 엮어 글로벌 섬유'패션 브랜드로 육성해 한류 패션을 세계에 마케팅할 계획이었다. 다이텍과 진흥원이 각각 30억원(섬유소재업체 지원 등), 20억원(패션행사 개최 등)씩 집행했다. 지난해 진흥원은 대구국제패션문화마켓이라는 유명인 초청 패션행사를, 다이텍은 'C-패션'이라는 패션'소재 대기업'중소기업 협업 사업 등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사태가 불거지면서 국'시비 지원을 받는 다이텍이 신설 법인인 진흥원에 대규모 보조금을 우회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등 사업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해 진흥원에 예산을 내려줬고 그 대가로 일부 자금이 정치권에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섬유'패션업계는 대규모 국비 사업 수행 기관에 신생 사단법인을 포함한 것부터가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의지가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진흥원은 산자부가 K-패션 사업을 공고하기 단 3개월 전인 2015년 4월 2일 설립됐다. 이에 앞서 (사)K-패션'뷰티&문화라는 이름으로 2014년 제1회 대구국제패션문화페스티벌(문화체육관광부'대구시 주관)을 개최하긴 했지만 지역 패션업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는 않았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다이텍이 패션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을 두고 왜 굳이 진흥원과 손을 잡아야 했을까. 섬유'패션업 부흥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고 말했다.

K-패션 사업이 지역 업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사업의 취지와 이로 인한 영향 등을 전혀 전해듣지 못했다는 반응도 많다.

대구 한 원로 섬유업체 대표는 "보통 국비 사업 주관기관은 사업 수행에 앞서 사업에 대한 관련 업계 수요 및 참여 의향을 먼저 조사하고 사업 기간 중에도 업체와 시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 주변 어느 기업도 사업에 대해 들어봤거나 참여한 곳이 없었다. 내가 업계 사정에 너무 어두웠나 싶어 그저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지역 섬유업계가 국비 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대구 섬유 관련 단체 관계자는 "정말 지역 섬유업계가 대규모 국'시비 보조금을 필요로 할 때 이번 사태가 업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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