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가지 생필품 인력거 싣고 다니는 노익장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안계장터는 노령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시골장터이다. 예전에는 큰 우시장까지 함께 서 장날이면 장터 골목마다 사람들로 빼곡하게 차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북적이고 활기찬 사람 냄새를 풍기던 안계장(1일/6일)도 이제 노령화되어 가고 있다. 장날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어 상인들끼리 잡담할 정도의 여유로움만이 맴돌고 있다.
"이제 장사를 접으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양말장수 건홍(75) 할아버지는 사그라지는 장터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안계가 토박이인 그는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다니며 장사하던 때가 그립다고 했다. 속도는 느렸지만 장사는 너무 잘 되어 자식들과 먹고살 수 있었다. 지금은 자동차로 이동하며 장사에 나서는데 기름 값이 안 나올 때가 있다고 한다. 평생 건어물 장사를 해온 김기분(80) 할머니도 옛날의 장터 모습이 그립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장터 바닥에 가마떼기를 깔아놓고 장사하던 그 시절이 좋았다" 며 "하지만 요즘에는 평일은 물론 장날에도 사람의 발걸음을 쉽게 볼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런 가운데 김복돌(80) 할아버지는 장날마다 인력거에 짐을 가득 싣고 나온다. 안계에서 태어나 농사짓고 살면서 장날에는 시골 사람들이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팔며 살았다. 장날 아침 6시면 장터에 나와 오고 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때가 되면 집에서 부인 최임분(75) 할머니가 따뜻한 도시락을 싸들고 나와 남편 대접을 한다. 시골장터에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노인부부의 모습이다.
손님들은 대부분이 동네 사람들이라 옛날 장날을 추억하며 말동무도 하고 간다. 할아버지가 파는 물건은 개목걸이부터 부엌칼, 가위, 라이터 돌, 라이터 기름, 등산지팡이, 구둣솔, 구두약, 바늘과 실, 효자손, 손톱깎이, 돋보기, 선글라스 등 70여 가지가 된다. 시골장은 오전에만 반짝 장사가 되므로 오후 3시쯤 짐 정리를 한다. 평생 해온 장사를 그만둘 수 없어 장날마다 장보따리를 싣고 온다는 김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장터를 지켜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선물을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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