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벚꽃 명소 10선

입력 2017-03-31 04:55:40

그대여, 같이 느껴요~ 벚꽃비 떨림

포항 지곡효자주택단지는 4월이면 벚꽃마당이 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
포항 지곡효자주택단지는 4월이면 벚꽃마당이 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

한가로이 거닐며 벚꽃 좀 보고 싶은데. 이 사람 저 사람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데.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몰리는 건데. 주차 전쟁에 살아남아 꽃 좀 볼까 했는데. 축제다 뭐다 해 고기 잔뜩 굽는 냄새 진동하는데.

'정말, 꽃길만 걷고 싶은데.'

'4월 사쿠라'를 보겠노라며 '콧바람 옵션' 내미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비싸다. 콧바람은 비행기 내와 공항에서 들이마시는 게 아니다. 참고로 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 3월 31일 교토 아라시야마에는 아직 사쿠라가 피지 않았다. 3월 중순쯤 NHK에 소개된 도쿄 우에노공원의 사쿠라도 노목 단 몇 그루에 핀 것이었다. 시쳇말로 '낚인 거'다. 길어야 보름이다. 매정하게도 비 한 번 오면 열흘로 줄어든다. 벚꽃은 우리가 여유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거창하게 차려입고 나서는 '행궁길'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는 '꽃길'은 어떨까.

경북도 내 10개 시(市)가 품은 벚꽃길은 비교적 여유롭다. 현지 토박이들이 저녁밥 먹고 산책 삼아 가는 곳이다. '우리 동네 벚꽃이 사쿠라의 본토, 일본 교토에 버금간다'며. 경북이 자랑하는 벚꽃길은 다리 힘이면 된다. 대체로 2㎞ 안팎이다. 천천히 걸어도 30분 남짓. 공기도 맑다.

"올봄엔 벚꽃도 못 봤네"라는 말 하지 않길 바라며, 행여 이곳으로 출장 가게 됐다면 혼술할 술집 가기 전에 이곳에 들르길….

◆경주

#경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은 '흥무로'

대한민국의 보물, 경주는 어딜 가나 다 좋다. 벚꽃나무도 천지다. 특히 보문호 주변은 4월의 교토 뺨친다. 일본인들마저 이곳에서 "스고이(すごい, 좋다), 키레이(きれい, 예쁘다)"를 연발한다. 벚나무 굵기가 좀 차이가 난달까. 경주시민들에게 벚꽃은 자랑이자 두려움이다. 벚꽃축제 기간 전국에서 몰리는 인파 탓이다. 정작 시민들은 축제 기간 중 보문단지에 가지 않는다고. 경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은 흥무로다. 김유신 장군묘가 있는 수도산으로 올라가면 벚꽃나무가 터널처럼 하늘을 덮는다.

◆문경

#문경새재에 가린 숨은 명소 '모전천'

모전천변이다. 전국구 관광지 문경새재에 가렸다. 문경시민들에게 모전천변은 봄철에만 찾아와 아쉬운, 전문상담 선생님이나 매한가지다. 하얀, 연분홍의 벚꽃에 노란 개나리가 더한다. 지친 마음을 토닥인다. 점촌터미널과 매우 가깝다. 문경여중, 문경여고가 양옆에 있다. 오후 하교 시간 즈음 학생들이 벚꽃놀이에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안동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벚꽃 축제로 북적

안동의 대표 벚꽃 감상지는 월영교 주변이다. 민속박물관과 어우러져 관용구 '한 폭의 그림'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러나 안동시민들이 슬렁슬렁 뒷짐 지고 걸어오는 곳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주변이다. 벚나무 굵기가 제법 된다. 4월 9일까지 벚꽃 축제가 열리는 장소라 밤이면 다소 번잡하다는 게 단점이다. 안동역과 가깝고 벽화마을로 알려진 운흥동이 바로 아래다. 월영교는 이곳에서 3.5㎞ 남짓 떨어져 있다. 낙동강 둔치로 내려서서 호반 나들이길을 따라 월영교까지 걸어가 보는 것도 좋다.

◆구미

#금오천+벚꽃+금오산 한눈에 즐기는 절경

금오천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벚꽃나무가 눈앞에 다가온 금오산과 겹친다. 각산네거리에서 제1금오교까지 1㎞ 남짓 코스다. 신록의 금오산, 연분홍 벚꽃, 금오천 희푸른 물빛이 더해 도심 속 절경이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금오지도 있다. 금오지를 둘러싼 목재 데크길도 훌륭하다. 풍광이 좋아 자전거 욕심을 낼 수도 있으나 오직 걸어야 한다. 뜻하지 않게 민폐가 될 수 있다.

◆포항

#포스텍과 가까운 지곡동 영일대 추천

경북 최대 도시답게 포항에는 벚꽃 명소도 곳곳에 있다. 그중 남구 지곡동 영일대 주변은 한 손에 꼽는 벚꽃놀이터다. 포스텍과 가까운 지곡동 영일대다. 해수욕장이 있는 영일대가 아니다. 길을 잘못 찾아 영일대해수욕장 방면으로 갔다면 환호공원으로 가자. 포항시립미술관까지 끼고 있어 나쁘지 않은 코스 이탈이다.

◆경산

#영남대 '러브로드' 1.4㎞ 거닐며 힐링

경산 대표는 대학 캠퍼스다. 영남대를 비롯해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등 대학들이 시민들에게도 친숙하다. 벚꽃에 국경이 없듯 행정구역도 없다. 경산시민은 물론 대구시민들도 찾으니. 숱한 인연의 끈, 영남대 '러브로드'가 민속원 옆 1.4㎞로 이어져 있다. 소수의견으로 경산시가 야심 차게 마련한 옥곡동 일대 남천변을 추천하는 이들이 있다. 옥곡지구 개발과 남천 정비에 나서며 3~4㎞에 걸쳐 조성된 것들이다. 경산여성회관 뒤편 100m 구간 정도는 제법 굵어 볼만하다.

◆상주

#북촌 둑길 양쪽에 펼쳐진 벚꽃 천지

상주의 북쪽을 흐르는 북천 그리고 시가지와 북천 사이를 톺아놓은 둑길. 그 둑길 양쪽으로 벚꽃 천지다. 편도 5㎞ 이상이다. 끝까지 걸어가 보려다가는 지칠 수 있다. 인구는 적고 벚꽃은 많아 벚꽃놀이 인구밀도는 낮은 편이다. 자전거를 타도 좋다. 상주는 자전거 도시다. 길도 자전거용 도로다. 호젓하리만치 여유 있다.

◆영천

#영천시청오거리 주변서 여유로운 산책

벚꽃 100리길 명성에 묻혔지만 시내에도 벚꽃 무더기가 있다. 시청오거리 주변이다. 금호강변의 영천시민가족공원 등은 영천시민들이 찾는 시가지와 가까운 곳이다. 벚꽃 100리길 벚꽃나무가 워낙 장거리인데다 화려해 영천시내 벚꽃나무는 다소 왜소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지난해 일부 가지치기를 한 곳이 있어 더 그렇기도. 하지만 금호강 풍취가 어우러지면 '여기가 어딘가' 싶다.

◆영주

#영주도립도서관~한정교 화려한 야경

서천둔치 동편과 서편 양쪽 모두에 있다. 동편이 좀 더 화려하다. 영주도립도서관에서 한정교까지 2.5㎞ 남짓 되는 거리다. 인근에 영주시민회관이 있으나 공연이나 전시가 많지 않아 벚꽃구경에 만족해야 한다. 야경이 더 멋지다고들 한다.

◆김천

#접근성 우수한 직지천변 여유롭게 산책

김천시내를 관통하는 직지천변과 김천예고 옆 연화지가 벚꽃 경연장이다. 좀 더 접근성이 높은 곳이 직지천변이다. 조각공원에서 강변공원까지 2.5㎞ 구간이다. 야간 조명도 진하다. 점퍼 하나 걸치고 야간 산책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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