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도심의 폐철도 부지 공사장에서 일어난 천연가스 화재가 발생 24일째를 맞았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불타는 현장을 방치해 두고 대책 마련은 물론이고, 조사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예산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하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굴착 공사 중에 새어 나온 천연가스에 불이 붙었을 때는 모두 신기해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이어서 구경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1970년대 포항 앞바다의 유전 발견 소동을 떠올리며 천연가스 매장량, 경제성 등에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가스 성분을 천연가스가 아니라, 땅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메탄가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시들해졌다.
천연가스 화재가 며칠 만에 끝났으면 그냥 흥미롭게 넘길 수 있겠지만, 열흘, 스무 날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으니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하는데도, 포항시는 손을 놓고 자연적으로 꺼지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유전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설치해 강제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예산 사정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 못 할 속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인구 50만 명이 넘는 포항시에서 수천만원을 구하지 못해 화재 진압에 손 놓고 있다면 웃기는 일이다. 더구나 불이 꺼진 뒤에도 정부 예산이 내려올 때까지 정밀 조사를 미루겠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가스층과 지하수 조사'연구 비용으로 8억여원 정도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그 정도 비용조차 정부에 손을 벌리겠다는 것이다. 예산 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포항시의 큼직한 축제 비용에도 못 미치는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는 행정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천연가스 화재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작은 사고다. 이런 사고 하나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니 큰 천재지변이나 인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대처 능력이 어떨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항시는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루빨리 천연가스 화재 대책을 마련해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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