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승주 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의 부적절한 모임

입력 2017-03-31 04:55:40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7일 백승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위원장이 상주시장과 군위'의성'청송군 군수와 만나 식사를 한 일을 둘러싸고 4'12 국회의원 재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조사에 들어갔다. 상주'군위'의성'청송지역 재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정당과 무소속 후보 등 7명이 출마했다. 민감하고 치열한 재선거 시기의 만남인 만큼 철저한 의혹 규명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의혹은 누가 먼저 만나자고 했느냐이다. 백 위원장은 당초 무공천 방침을 번복해 후보를 공천했다. 그는 번복 이유를 시장'군수들 요청 때문이고 이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의 해명은 한마디로 번복과 만남 등 모든 일이 시장'군수들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시장'군수들 설명은 정반대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데 그가 참석 뜻을 밝혀 함께 자리했다는 해명이다. 두 쪽 중 한 쪽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만난 이유이다. 백 위원장과 시장'군수들 만남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긴급한 사안이 있었다는 증거이다. 백 위원장은 정책간담회는 별문제가 없어 만났다고 했다. 그런데 알려진 대화 내용은 정책간담회와 무관하다. 시장'군수들은 "선거 관련 이야기는 공천 번복 과정 설명뿐이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선거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책 간담은 않고 선거 이야기를 한 자리였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같은 당 소속 후보 지원을 위한 모임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의문은 선관위 행동이다. 선관위는 "시장'군수들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부인한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의혹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머뭇거리는 듯한 인상이다. 백 위원장은 내년 단체장 지방선거에서 참석 시장'군수 공천에 영향을 미칠 자리를 맡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만나 밥만 먹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지금 의혹이 뭉게구름 같은데도 선관위가 지나친다면 뒷감당은 고스란히 선관위 몫이다. 선관위의 할 일은 분명하다. 의혹 규명에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 이는 선관위의 존재 이유다. 나라를 망치는 관권 개입의 끈질긴 고리를 잘라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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