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달린 횡단보도 표지판, 교통사고 뺑소니 잡았다

입력 2017-03-29 04:55:02

새벽 도로 쓰러진 채 발견, 인적 드문 곳 목격자 없어…표지판 영상 분석 신병 확보

김천지역 한 중소기업에서 제작한 첨단 횡단보도 표지판이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교통사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얼마 전 새벽 시간대 대구 근교에서 한 남성이 횡단보도 근처 도로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남성은 이내 숨지고 말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목격자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설치된 'LED 투광등과 카메라가 장착된 횡단보도 조명식 표지판'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전 1시쯤 승합차 한 대가 횡단보도 근처에 정차했다. 곧이어 뒤따라 온 택시에서 한 남성이 내리더니 승합차 문을 열려고 했다. 수차례 운전석 문을 열려고 애쓰던 남성은 조수석으로 이동해 다시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바로 그 순간 승합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남성은 조수석 차 문에 매달려 20m가량을 끌려가다가 도로에 넘어지며 머리를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사고 영상은 한국신호공사가 독자 개발한 첨단 횡단보도 표지판 카메라에 선명하게 찍혔다. 영상을 확인한 경찰은 쓰러진 남성을 두고 가버린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적이 드문 새벽에 발생한 사고여서 목격자가 없을 경우, 사건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지만 횡단보도 영상 덕분에 쉽게 사고 차량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신호공사가 독자 개발한 'LED 투광등과 카메라가 장착된 횡단보도 조명식 표지판'은 지난 1월 음주운전 의심 차량이나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보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운전자를 협박해 합의금 및 보험사로부터 치료비 명목 등으로 7천만원 상당을 받아낸 보험사기단 12명을 붙잡는 데도 공을 세운 바 있다.

첨단 표지판은 달려오는 차량이 횡단보도가 있음을 멀리서부터 확인할 수 있도록 LED 투광등으로 도로를 비추고,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교차로 상황을 녹화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표지판은 갖가지 교통사고 분쟁 해결사 역할뿐 아니라 사고 예방과 범죄 수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천경찰서에 따르면 올해만 교통사고 200여 건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범인의 동선 파악 등 범죄 수사에도 월 20건 이상 영상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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