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겹겹이 쌓여온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 공직사회의 적폐청산을 위해 '관피아의 비리 사슬'을 끊겠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담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 말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검찰은 27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폐청산'이 '장미 대선'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경제와 복지, 국민통합, 개헌 논의 등 주요 사안들이 '적폐청산'에 묻힐 정도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적폐청산으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이에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노무현정부 시절에 적폐가 더 컸다"고 맞서고 있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정경유착, 기득권의 반칙, 권력의 사유화, 빈부격차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리는 것을 청산(淸算)이라고 한다. 적폐청산! 단호하고 굳센 구호이다. 그 대상에게는 서슬이 시퍼런 칼날이다.
적폐청산은 공정사회로 가는 디딤돌이다. '촛불'과 '광장'은 민주공화국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잘 보여줬다. 적폐청산 요구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19대 대선 투표 기준으로 '적폐청산과 개혁' '민생과 경제회복'을 35.2%씩 선택했다.
적폐청산은 시대의 과제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을 부르짖었지만, 결과는 어떠했나?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몇 사람 교도소 보내면 그걸로 끝이다. 내 삶이, 우리 사회가 바뀐 게 별로 없다.
적폐의 초점은 정확해야 한다. 옳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 또 환자(국민)에게 잘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환부가 제대로 치료된다.
적폐청산은 세력 규합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피아를 구분해 분열을 조장해서도 안 될 일이다.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대선 주자들은 그 적폐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부터 성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보복이란 비판을 받게 된다.
적폐는 우리 모두가 만든 수렁이다. 우리는 출세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편의를 위해 한 번쯤 적폐에 몸을 기댄 적이 없었는가?
정자정야(政者正也),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공자(孔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며,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뻐하고 먼 데 사람들은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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