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입사서류에 직원 이름 적어라" 포철공고 전형서 사전 파악

입력 2017-03-29 04:55:02

학생들 인맥 찾는 촌극 벌여…학부모 "불공정한 취업전형"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철강 분야 마이스터고)가 지난해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취업전형 과정에서 포스코와 관련된 가족 관계를 사전에 파악하는 등 불합리한 입사의 판단 기준이 적용됐다는 학부모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이 학교 2학년생 180명은 취업을 위해 포스코와 포스코켐텍 등 계열사에 입사 지원을 했다. 이 과정에서 상위권에 들어가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포스코와 계열사 입사 기회를 잡지 못했다. 또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포스코와 계열사들이 동시에 입사 지원을 받으면서 학생들의 눈치 경쟁도 치열했다. 포스코와 계열사들이 입사 지원 날짜를 달리해 여러 번의 응시 기회를 주던 이전 채용 방식과는 다른 형태였다. 여기에다 학생들의 입사 서류에 가족 가운데 포스코 직원 이름을 명시하라고 해,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 포스코 인맥을 찾는 촌극도 벌어졌다. 포스코 직원이 있어야 합격에 유리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생들은 이웃까지 찾아다니며 '직원 명단 구걸'에 나서기도 했다는 것.

한 학생은 "지난 2년간 자격증과 토익, 독서, 봉사활동, 산업현장 경험 등 산업현장에서 곧바로 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포스코와 계열사 입사에 실패하면서 '내가 왜 열심히 공부했나'라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 학부모는 "포스코에 입사하는 자격으로 실력과 인성을 보면 그만이지, 왜 가족 가운데 포스코 직원이 있는가를 묻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취업이 결정된 이후 파악해도 되는 가족 관계를 미리 알려고 하는 것은 출발부터 불공평하게 전형을 진행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상위권 학생이 포스코 입사에 실패한 것은 드물지만, 만약 있다면 포스코가 바라는 인재상과 맞지 않아서일 것이다. 또 포스코와 계열사가 동시에 입사 지원을 받은 것은 우수 학생에게만 여러 번의 입사 기회가 주어지는 '역차별' 요소를 배제하기 위함이다. 다만 취업전형 과정에서 포스코와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다소 오해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포스코와 계열사에 취업이 결정된 학생은 53명이다. 나머지 127명은 내년 졸업 전 공기업과 다른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구직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