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 네거리 횡단보도 7곳 신설

입력 2017-03-28 04:55:05

대신상가 지하도 이용 불편해…큰장네거리 3곳·동산네거리 4곳

27일 오후 2시 대구 서구 비산동 큰장네거리. 국채보상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 블록과 남쪽 블록을 오가려는 보행자 20여 명이 차도 신호등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행자 대부분은 노인과 오토바이에 짐을 실은 상인이었다. 이들은 차도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속도를 높이는 차들을 옆에 두고 불안한 무단횡단을 시작했다.

국채보상로 북쪽 약국에서 도로 남쪽으로 길을 건넌 한 노인은 "달성공원 근처 집에서 서문시장 1지구로 친구들을 만나러 자주 오는데 이곳에서 길을 건널 방법이 지하도뿐이다. 무릎이 아프고 돌아가기가 멀어 자주 무단횡단을 한다. 차들이 알아서 피해 가겠거니 하면서 다른 행인들과 함께 길을 건넌 적이 많다"고 했다.

무단횡단 상습지대였던 서문시장 일대가 보행자 친화 구역으로 탈바꿈한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교통약자 보행권을 높이고자 이달 말까지 대구 서구 큰장네거리와 중구 동산네거리에 횡단보도를 각각 3, 4곳 설치한다고 27일 발표했다.

대구시'중구청은 횡단보도 설치를 위해 최근 교차로 주변에 난립했던 배전함과 지하 매설물 등 지장물을 이설했다고 밝혔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30일을 전후해 횡단보도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문시장 북동쪽과 북서쪽에 각각 위치한 동산네거리와 큰장네거리는 보행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횡단보도가 없어 대구 시내 보행자 교통사고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1985년 큰장네거리~동산네거리 구간에 생긴 대신지하상가 지하도가 이런 불편을 보완해 왔지만 보행자들은 직선거리에 비해 이동하기가 멀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이유로 여전히 무단횡단을 선호했다. 특히 노인과 지체장애인, 동산의료원에서 외출을 나온 부상 환자들이 이동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막상 횡단보도를 설치하자니 선결 과제가 있었다. 횡단보도가 생김에 따라 대신지하상가 통행량이 줄 것을 우려한 이곳 상인들이 상권 약화를 우려하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대구시'중구청에 따르면 대신지하상가 상인들은 이달 말 지하도로 접근하는 에스컬레이터 2대가 개통하는 것을 고려해 횡단보도 설치에 뜻을 모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문시장 상인과 시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서문시장 1지구 한복점 상인 김은숙(56) 씨는 "쇼핑 후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가던 고객들이 종종 불편을 호소했다. 앞으로 손님들의 쇼핑 편의가 높아질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장애인'노인의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교통약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만큼 대구시 교통정책도 자동차 위주에서 보행자 안전 중심으로 바꾸는 추세다. 앞으로도 모든 보행자가 불편 없이 도로를 다닐 수 있도록 횡단보도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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