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대구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야말로 진짜 안보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믿게끔 하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될 뿐만 아니라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지만 '어떻게'는 없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탄핵당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다음 정부로 넘겨 국회비준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안보와 경제 두 가지를 다 지킬 수 있는 복안을 갖고 있으며, 성사시킬 자신도 있다"고 했으나 그 복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되풀이해 들어왔던 말이다.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유력 주자라면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국민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복안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다음 정부에서도 유지'발전할 것이란 논거의 하나로 참여정부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든 것은 참으로 놀랍다. 문 전 대표는 회견에서 "FTA도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를 통해 한미 간 군사동맹 관계를 경제동맹 관계로 발전시켰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을 때 한미 FTA가 잘못됐다며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는 한미 FTA가 잘한 것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어지러운 표변(豹變)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탄핵당한 정부가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는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 탄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한 것이지 박근혜정부와 그 정책을 탄핵한 것이 아니다. 탄핵 사유에는 그 비슷한 것도 없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이치에 맞지 않는 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에 찬성인지 반대인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찬성한다면 굳이 다음 정부로 넘길 필요가 없다. 반대한다면 대안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지난 23일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를 포함, 우리의 야당은 침묵했다. "우리가 진짜 안보 세력"이란 문 전 대표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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