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만든 쓸쓸한 신조어]②불황의 심화로 '가용비'따지고, '냉파'하는 가정 늘어

입력 2017-03-24 11:54:15

[편집자주] 신조어는 특히 사회가 불안하거나 혼란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순실증', '맘고리즘', '관태기' 등 각종 신조어가 우후죽순 탄생한 2017년의 대한민국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 1사분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신조어들을 정리해본다.

◆가용비/냉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가계의 실질 소득과 실질 지출이 지난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으로 가계 소득과 지출이 동시에 줄어든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저소득층 소득이 크게 줄면서 양극화는 더 깊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장기화 되어가면서 이런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가성비라는 말 대신 '가용비'라는 말이 뜨고 있다. 가성비는 '같은 값이면 성능이 좋은 것을 사겠다'는 의미. 하지만 요즘은 불황으로 인해 가격 대비 용량 비를 추구하는 행태가 심화되면서 '가용비' 라는 말이 뜨고 있다.

음식에서 찾는 가용비는 '무한리필' 가게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보다 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은 얇아진 지갑 탓에 '질보다 양'을 먼저 앞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삼겹살 외에 피자, 치킨, 돈까스, 게장 등 다양한 메뉴에서 무한리필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인간사료'라는 신조어 역시 가용비에 주목하는 소비 형태다. 음식군에서 대용량 제품을 지칭하는 말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소비자들은 맛보다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벌크 포장된 과자나 냉동식품 등의'인간사료'를 구입한다.

마찬가지로 '냉파'도 '불황' 으로 생겨난 신조어다. '냉장고 파먹기의 줄임말'로, 냉장고에 있는 음식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장보기를 하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해 음식재료 구입에 들어가는 생활비라도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들의 소비 줄이기 세태는 자연스레 소비 '빙하기' 로 이어지며 내수 위축이 더 심해 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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