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자도자도 피곤하다? 다른 병 의심을
직장인 이수현(30) 씨는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사무실 책상 앞에만 앉으면 눈이 슬슬 감긴다. 주말에 충분히 쉬어도 월요일만 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졸다가 퍼뜩 깨서 민망해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씨는 "봄철 춘곤증 탓이라 여기고 있지만, 너무 심하게 졸려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푸념했다.
겨울이 밤이라면 봄은 아침이다. 아침이 되면 몸은 활동할 준비를 시작한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티졸이 증가하면서 혈당과 체온이 높아지고 생체리듬이 활발해진다. 봄도 마찬가지다. 추운 날씨에 움츠러들었던 근육과 피부가 이완되고 신진대사가 왕성해진다. 이 과정에서 몸은 피로감을 느낀다. 나른하고 피곤하며 졸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봄철 피로증후군, '춘곤증'이다. 춘곤증은 흔한 계절병이다. 그러나 피로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어져 일상생활까지 지장을 받는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6개월 이상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린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쉽게 졸리고 식욕 떨어지는 '춘곤증'
봄철 신진대사 활발해져 피로감 가중
1~3주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져
◆계절 변화 적응하며 피로감 느껴
춘곤증은 계절의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생리적 불균형 상태다. 겨울 동안 활동을 줄였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쉽게 피로를 느낀다. 활동량의 변화도 원인이다. 봄이 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이 줄고 저녁 늦게까지 활동하게 된다.
영양 부족도 춘곤증을 부추긴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비타민B1, 비타민C를 비롯한 무기질 등 영양소가 더욱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비타민이 부족하면 피로를 더 느낀다. 이 밖에 신학기나 취업 등으로 생활환경이 변화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춘곤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춘곤증이 오면 쉽게 졸리고 식욕이 떨어지며 소화가 잘 안 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심해지면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 두통이나 눈 피로, 무기력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평소 운동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피로감을 더욱 심하게 느낄 수 있다. 춘곤증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으로 1~3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진다.
6개월 이상 지속 땐 '만성피로증후군'
스트레스 심한 중년층서 주로 나타나
하루 7, 8시간 숙면…적절한 운동 병행
◆6개월 이상 피로 이어진다면 '만성피로증후군'
피로가 한 달 이상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특히 6개월 이상 피로가 이어진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중년 이상에서 주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만성피로증후군 진료 환자 1만588명 가운데 50대가 21.5%로 가장 많았고, 40대(18.9%), 30대(17.3%) 등의 순이었다.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면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대낮까지 생체리듬이 가라앉아 있다. 어깨나 목, 허리 등의 근육이 뭉치고 무거운 느낌도 지속된다. 6개월 이상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목이나 겨드랑이 임파선이 비대해지거나 통증을 느낀다. 인두통이나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이 잦거나 운동을 한 뒤에 하루 이상 피로감이 이어지기도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가장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다. 정신적'육체적인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면 뇌 속에 기분과 활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된다. 이 경우 기분이 쉽게 변하고 활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통증,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우울, 불안 등의 증세가 계속되면 체내 에너지가 고갈되고, 식습관 변화와 영양 불균형을 유발해 피로감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스트레스와 함께 체내 염증도 원인으로 꼽힌다. 만성적인 염증은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과체중과 비만, 알레르기 등도 대표적인 체내 염증에 포함된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도 염증을 일으키고 위장 상태에 악영향을 끼쳐 만성피로를 유발한다. 불균형한 식사와 알코올, 카페인, 빈혈, 갑상선 기능 이상, 당뇨병, 심장병 등도 만성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운동, 가볍게 시작해 점점 강도 높여야
피로감을 줄이려면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취하면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제철 음식인 봄나물은 입맛을 돋워주고 피로 회복을 돕는다. 냉이나 달래, 쑥, 부추, 두릅 등 봄나물과 다시마, 미역, 파래, 김 등의 해조류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풍부해 신진대사와 춘곤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점심에 과식하게 돼 식후 졸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도 피로를 예방할 수 있다. 본인의 체력에 맞게 가벼운 맨손체조를 해주거나, 2, 3시간 간격으로 스트레칭과 산책 정도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운동은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이 도움된다. 만성피로증후군이라면 주 5일씩 12주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격렬한 운동을 하기보다는 평소 운동 강도의 50% 정도로 시작해서 점차 강도를 올리는 게 좋다. 다만 특정 단계에서 피로가 더 심해졌다면 피로 증상이 줄어들 때까지 그 이전 단계의 운동 강도로 돌아간다.
수면 시간은 하루 7, 8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밤잠을 설쳤다면 점심 후 15~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 잠을 몰아서 자거나 커피를 자주 마시면 피로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스트레스가 지속된다면 원인을 찾아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명상이나 스트레칭, 충분한 휴식과 기분 전환은 뇌에 휴식을 준다. 정승필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잠을 충분히 자도 피로가 개선되지 않고 미열이나 두통, 근육통, 기억력 감퇴, 우울감이 지속되는 경우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정승필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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