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각 당 대선주자들은 21일 검찰 출두로 본격화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전 대통령의 출두로 본격화된 검찰 수사와 향후 사법처리 향방에 따라 49일 앞으로 다가온 5·9 '장미 대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한국당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의 네 번째 검찰 출두는 불행한 일이라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수사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또는 불구속 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당과 주자들이 처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온도 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수사로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강도 높은 사법처리를 주장하기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자칫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제기되거나 보수층이 결집하는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해 역사의 법정에 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 전직 대우를 해야겠지만, 법과 원칙에 입각해 충실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구속 수사 등 공세 수위에 대한 내부 고민도 감지됐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구속 여부 등은 그 결과에 따라 조치가 이뤄지리라 본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태섭 전략기획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전에 검찰, 특검의 여러 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구속하는 것이 당연히 맞지 않나"라고 했다.
주자들 사이에서도 구속 여부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앞서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문제는 대선주자들이 언급해 영향을 미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이철희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수사를 한 뒤 법의 관점에서 판단해야지 여론이나 정치적 유불리 차원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어떠한 입장 발표도 없다"고 밝혔다.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일반 국민 여론과 중첩되는 박 전 대통령 및 한국당 지지세력 사이에서 다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출석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면서 "검찰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다소 원론적 언급을 했다. 조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주문했다.
그러나 TK(대구경북) 등에서의 표심을 염두에 둔 듯 본경선에 오른 당 대선주자들 가운데서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한국당 대선주자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박 전 대통령은 현재도 가택연금 상태와 다름없다면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검찰의 존재 이유"라면서 "진실을 제대로 밝혀 주기를 기대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갖춰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구속 또는 불구속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오신환 당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여론과 정치권의 동향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죄가 명백하다면 공소장을 통해 말하기 바란다"고 밝혀, 검찰의 박 전 대통령 혐의에 대한 '언론플레이'와 이 경우 '박근혜 동정론'이 일면서 당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구속,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법기관 독립성에 우려할 만한 언행"이라면서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전날 TV 토론회에서 불구속 수사와 기소를 요구했고, 남경필 지사는 "법 앞의 평등"을 주장 온도 차를 보였다.
유 의원의 불구속 주장은 당은 물론 자신의 지지율 제고를 위해 TK(대구경북) 민심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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