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장례식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축의'조의금 봉투, 이른바 '부조'는 언제부터인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혼례(婚禮)'상장례(喪葬禮)와 같은 경조사를 이웃끼리 서로 챙기는 관습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있었지만, 그 형태와 취지는 현재와 크게 달랐다.
부조는 과거에는 큰일을 치를 때 일손이나 현물로 십시일반 격으로 돕는 품앗이였다. 지금은 금액을 맞춰 받은 만큼 현금으로 줘야 하는 '대가'거나, 자신보다 힘이 있는 사람에게 눈도장을 받는 의미가 강하지만 말이다.
부조라는 말은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는다는 뜻의 '상부상조'(相扶相助)에서 유래한 것으로, 처음부터 돈을 주고받기보다는 혼사나 상례가 있을 때 곡식, 술 등 필요한 물품을 주거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초기 형태에서 점차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현금 부조가 일반화한 건 우리나라에서 산업화가 시작된 1970, 80년대로 추정된다. 경조사를 집이 아닌 예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치르면서 현금 부조가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봉투를 건네는 편이 현물이나 노동력 제공보다 쉬워진 탓이다.
축의금 수준은 물가 상승 폭 이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2000년 이전에는 3만~5만원이면 충분했지만, 2000년대 초반 사회 통념상 금액이 5만원으로 올랐고, 최근 들어서는 가까운 사이에선 5만원 내기도 어색한 분위기가 됐다.
그래서인지 청첩장이나 부고를 접할 때마다 5만원을 낼지 10만원을 낼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눈치를 볼 때도 가끔 있다. 일정이 중복되거나 참석하지 못해서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직접 건네지 못할 때는 송금을 해야 한다. 계좌번호가 있는 청첩장을 받아보거나, 모임의 총무 등을 통하여 계좌이체 안내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힘이 있는 사람의 경조사에 가면 진열된 화환의 끝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턱이 닳지만, 막상 정승이 죽으면 개도 안 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경조사에서 진심 어린 축하나 애도를 찾아보긴 어려운 세상이다. 그만큼 부조금이 원래의 뜻을 잃은 지 오래다.
진심으로 축하, 애도하는 마음이라는 본질은 희미해지고 돈거래라는 형식만 남게 되면서, 청첩장과 부고를 세금고지서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조사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반드시 얼굴을 보이고 눈도장을 찍고 봉투를 건네야만 진심으로 축하, 조의를 밝힌 것으로 보는 그릇된 경조사 문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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