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문명고에서 벌어지는 국정 역사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답답하고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국정교과서로 인해 학교'재단, 전교조'학부모가 편을 갈라 얼굴 붉히고 소송까지 벌이는 모습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학생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상처받게 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문명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전교조와 야당, 시민단체 등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겠다고 나선 문명고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재단과 학교 측이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교과서 채택을 강행한 것은 다소 무리한 행동으로 보인다. 홍정택 재단이사장이 국정교과서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기에 시위 및 항의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버텼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반대 측의 문제 제기 방식에도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명고 교사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교과서 문제를 전교조'시민단체, 일부 학부모 등이 앞장서 반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채택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굳이 논쟁하고 싶지 않다. 개인마다 생각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어른'들의 이념 싸움이 학생들의 학습권과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마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사태에 고스란히 옮겨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며칠 전, 대구지법이 문명고 학부모들이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국정교과서를 당분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법원 결정을 계기로 문명고는 더는 국정교과서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학교를 혼란 속에 놔두지 말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육은 어른들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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