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섬유업 'TPP 무산'에 엉켰다

입력 2017-03-20 04:55:02

사드 보복 피할 우회전략 낭패…베트남 통한 美 무관세 혜택, 미국 탈퇴로 차질 불가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을 피해 베트남 현지업체와 손잡고 호찌민 합작 공장 설립을 구상하던 섬유업체 A사는 베트남에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국으로 수출해 무관세 혜택을 보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A사 관계자는 "최대 시장인 미국이 TPP에서 탈퇴하면 다른 나라도 연쇄 탈퇴할 우려가 있다. 베트남 진출에 따른 이해득실을 원점에서 다시 계산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탈퇴에 따른 TPP 무산으로 지역 섬유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TPP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피할 수 있는 우회전략의 하나로 여겨졌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된 셈이다.

19일 코트라(KOTRA)가 내놓은 'TPP 무산이 베트남 섬유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이 같은 우려가 잘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 섬유'의류기업이 TPP 체결국인 베트남을 수출전진기지로 삼고자 최근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협정이 무산돼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베트남은 TPP의 최대 수혜국으로 지목됐다. 세계은행은 TPP 발효 시 2030년까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이 10%, 수출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TPP로 섬유'의류 분야 수출이 발효 3년 내 200%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수출입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2∼2016년 베트남에 설립된 우리나라의 섬유'의류 관련 신규법인은 257개사, 총투자금액은 1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국내 섬유산업 생산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대구경북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못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의 섬유(원사'원단'직물)'의류제품 수출액은 25억5천만달러로 추산된다. 2015년 27억8천만달러, 2014년 31억달러에 비해 2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수출단가 하락과 중국 내수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섬유산업에 사드 보복과 TPP까지 겹치고 있다. 사드 보복을 피해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무관세 수출하려던 지역 섬유 기업으로서는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 관계자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2018년 발효를 목표로 추진 중인 베트남'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베트남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EU로 수출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중산층의 소득과 지출이 증가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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