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시각 Campus Now!] 꽃 피는 청춘이랬다

입력 2017-03-20 04:55:02

요즘 입학과 동시에 '스펙 만들기'에 나선 새내기들의 모습을 캠퍼스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 문에 들어서자마자 토익 공부를 시작하며 이력서의 한 줄을 차지할 여러 활동에 집착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어영부영 졸업 학년이 된 내 모습을 비춰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1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다." 주변 졸업 학년 친구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나 또한 졸업 학년이지만 정작 이렇다 할 스펙이 없다. 이런 일 저런 일에 치여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도 다녀오지 못했고, 높은 토익 성적도 가지지 못했다. 스무 살 때는 다들 "앞으로 하면 되지, 아직 1학년이잖아"라고 말했겠지만, 이제는 걱정하는 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한마디로 '예비 취준생'일 뿐이다.

1년간 힘든 아르바이트를 참고 견뎌서 모은 돈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 이성 친구 사귀면 돈이 많이 든다며 취업 전까지 이성 친구는 만들지 않겠다는 친구,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친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대학생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춘의 모습들이다.

타인과의 비교에 지쳐 하나씩 포기하다가, 결국 이제는 포기할 목록을 셀 수도 없어지는 것이 요즘 세대의 단면이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자존감은 빠른 속도로 소멸되고 있다. 낮은 취업률과 고용 불안 등으로 뒤처지면 도태되고 마는 팍팍한 경쟁사회에 내몰린 청년들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게 됐다.

나는 스물셋이다. 누군가 '꽃 피는 청춘'이랬다. 젊어서 좋겠다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예쁘다고 그랬다. 젊음은 그런 것이며 지금을 누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의 청춘들은 스스로를 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위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열매라는 결실을 통해 거듭나는 생명의 본질은 훼손되었다.

이십 대 청년들은 이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만든 연극판의 주역이란 말인가. 물질적 풍요 속에 "철없다"는 말을 성년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듣지만, 우리 세대는 이 무대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다. 소크라테스(BC 469~399)도 이런 말을 했단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년 세대가 어른들의 눈에 차지 않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 예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요즘 세대에게는 성취감과 도전 의식을 주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격려와 칭찬으로 실패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더 많은 청춘들이 살아갈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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