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대선주자 비전대회] 정견 발표엔 비전보다 '박근혜 얘기·민주당 비판'

입력 2017-03-18 04:55:06

9일 15분 발언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공정 경선 서약을 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원유철, 신용한, 김진태, 김진, 김관용, 안상수, 이인제, 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7일 연 대통령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후보 9명 모두 "좌파 정권은 안 된다"고 야당을 견제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이야기와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대권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후보 9명이 정견을 발표하는 행사를 열었다. 조경태, 원유철, 신용한, 김진태, 김진, 김관용, 안상수, 이인제, 홍준표 후보(발표순)는 차례로 15분씩 발표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안보는 여야를 넘고 진보와 보수를 넘는 국가 수호의 최고 가치"라면서 "19대 대통령은 3년 단축 임기 대통령으로 개헌의 틀을 짜서 국민과 약속을 지키고 물러나면 된다"며 개헌을 강조했다.

국회 개혁과 의원정수 감축, 로스쿨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조경태 의원은 "여야 정치권이 개혁해야 한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역구 26석을 줄이겠다"며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73석의 국회의원을 줄여서 절감된 예산으로 청년과 노인 일자리에 쓰겠다"고 주장했다.

'한국형 핵무장론'을 제시해 '핵유철'이란 별명을 얻은 원유철 의원은 "북핵의 안보 위기는 한국형 핵무장으로 반드시 해결하겠다. 불확실한 안보관과 정체성을 가진 세력에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맡길 수 없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태극기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말이 맞지 않느냐"고 지지자들에게 반문했고, "대통령은 저렇게 탄핵이 돼서 검찰 조사까지 앞두고 있는데 고영태는 조사 안 해도 되나. 이것이 과연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느냐"며 탄핵 이야기에 집중했다.

신용한 후보는 "저급한 말싸움으로 극단적으로 양분시켜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를 과감히 타파하고 보수의 새로운 희망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진 후보는 "박정희의 개혁가 정신이 이 위대한 나라,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최대 공신은 김대중도 김영삼도 아닌 박정희"라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안상수 의원은 "남아도는 논을 활용하여 첨단 스마트 지식산업단지와 최고 수준의 교육, 문화, 복지 시설을 갖춘 새로운 도시, 일자리 도시를 건설할 것"이라고 했고, 이인제 후보는 "대선 전 개헌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이내 국민의 동의를 얻고 야당을 설득해 개헌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지도자를 언급하며 "모두 극우 국수주의자들"이라고 했고, "그런 스트롱맨이 이끄는 국제 환경에서 과연 대한민국에 좌파정부가 등장하면 그 사람들이 당해내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전하기에도 짧은 15분짜리 정견 발표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를 비판하거나 박 전 대통령과 탄핵 정국 등 '과거 이야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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