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향 창단 20돌 맞은 이동신 상임지휘자 인터뷰

입력 2017-03-17 04:55:01

"관객 수준 소문보다 높아…클래식 갈증 해결에 주력"

경북도립교향악단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5월에는 대구에서도 기념 공연이 예정돼 성숙해진 경북도향이 선사할 아름다운 음색을 감상할 기회도 있다. 이동신 경북도향 상임지휘자를 통해 공연 감상 팁을 들어본다. 이 지휘자는 계명대 작곡과를 졸업한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오페라 지휘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박사 후 과정을 거쳤으며 2014년 10월부터 경북도향을 이끌고 있다.

-경북도향은 어떤 단체인가, 다른 오케스트라와 차이가 있다면.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적은, 이른바 문화 소외지역의 갈증을 해결하고 양질의 음악을 들려 드리고자 설립됐다. 23개 시'군을 다니며 연주하다 보니 상주해 연주하지 못한다. 거꾸로 보면 도내 모든 콘서트홀이 우리의 연주 공간이다.

-경북도향 공연의 감상 포인트는.

▶보통 오케스트라 연주가 서곡'협주곡'교향곡으로 완성되는 것과 달리 경북도향은 비정형적으로 공연할 때가 많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준비하기 때문이다. 어떤 도시는 관객이 클래식을 자주 듣지 않은 분이 많아 길고 무거운 곡을 연주하기 어렵다. 휴식을 하지 않는 대신, 짧은 곡을 많이 섞고 친숙한 곡으로 구성한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유연하고, 다채롭다.

-관객의 감상 수준은 어떤가.

▶초기에 '쉬운 걸로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실제 공연해 보니 주변에서 들었던 것보다 관객 수준이 훨씬 높았다. 신년음악회에서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적을 뿐 관람 자세나 감상 태도는 기대 이상이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려면.

▶첫째, 작곡가나 작품의 이름을 외우려고 하지 마라. 외국어'전문용어'고유명사를 몰라도 음악은 그 자체로 다가온다. 둘째,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라. 음악은 특정한 걸 제시하거나 전달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악기에서 울려나오는 음의 '모임'을 듣고 느끼면 된다. 셋째, 여러 번 들어보라. 어려운 책을 여러 번 읽듯 같은 음악을 여러 번 들으면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넷째. 곡목 해설서는 천천히 봐도 된다. 글에 맞는 음악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클래식과는 더 멀어질 수도 있다.

-20주년을 맞은 경북도향의 일정은.

▶안동'구미'경주'대구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했다. 20년을 정리할 수 있는 곡과 기량을 보일 수 있는 곡으로 준비했다. 좋은 협연자도 물색 중이다. 올해는 경주 엑스포를 지원하는 외국 공연도 준비 중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장 큰 건 공연장 문제다. 매년 큰 공연은 8~10회, 그 외 군부대'공공기관'교육시설'복지시설'교정시설 등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을 합하면 150회 정도 하는데 요청이 있을 때마다 일정과 장소를 정하니 기획 단계부터 어려움이 크다. 또 고정 관객이 있는 대도시 교향악단과 달리, 우리는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다. 잊어버릴 만하면 가니 팬덤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각오는.

▶관객 수준은 비슷한데 문화에 대한 갈급이 대도시와 다르다. 그래서 지역민에 가지는 의무감이 크다. 또한 정체성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예술적 차원에서 접근해 진지한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짜려고 노력하겠다. 지나치게 가벼운 연주는 지양하려고 한다. 클래식이 오락만을 위한 건 아니지 않나. 처음엔 입에 쓴 약, 입기에 불편한 옷 같겠지만 조금씩 클래식의 묘미를 알아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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