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금배지를 집어던졌다. 이달 초 민주당을 전격 탈당한 것이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을 보니 국회의원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선거 때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당과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제3지대'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김 전 대표는 1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매일신문 취재진과의 대면 인터뷰에서 1960년대식에서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잡지 않으면 경제도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탈당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가?
▶내가 싫어서 나온 거다. 20대 국회 들어와서, 지난 선거 때 일반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당이 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15일 내가 당에 들어오기 이전 단계로 돌아갔다. 도로민주당이 됐다.
-문 전 대표의 역량은 어떠한가?
▶그 사람 역량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할 생각 있었으면 그런 행동(탈당) 안 했다.
-한반도 정세가 위중하다. 사드 배치 등 민주당의 안보관에 대해서도 걱정이 있는데?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1953년 체결했다. 오늘날 우리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됐다. 북한이 핵 개발하는 상황에서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판단해서 특정 무기가 필요하면 들여온다. 그게 사드다. 방어막 구축 측면이다. 한미 관계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 역시 한반도를 포함, 일본까지 미치는 감시 레이더망을 소유한 나라다. 민주당에 있을 때 사드는 결정 난 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새 지도부가 들어와 찬반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이다.
-왜 그런가?
▶나도 이해를 잘 못하겠다. 의견 차가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민주당이 집권했다고 하자. 이미 설치된 사드 뜯어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안보적 측면에서 적잖은 이들이 민주당의 수권 정당 자격을 거론하는데?
▶여러 가지 안보 문제 등 일반 국민들이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 국민들이 대선에서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정당들이 지역당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정치가 저개발 미개발돼 있다. 특정 지역에 편향해 정권을 잡겠다는 것인데 국민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라 발전이 안 된다. 이번 대선 구도를 보니 어느 대통령 후보든 특정 지역의 확고한 지지가 없는 것 같다. 대구경북의 선택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뚜렷한 후보가 없기 때문에 이번엔 지역주의 탈피 성향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고 이런 입장을 따르는 목소리도 있는데?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현재 상황서 헌재 심판이 끝났는데 이 사실을 무조건 배격할 수는 없다. 결백하다면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방법 외에는 없다. 또 (박 전 대통령 입장을 따르는) 그런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다이내믹한 사회이고 역동적이어서 그렇다. 다양성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나라 장래를 생각한다면 어떤 표시를 해야 할지 본인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
-여러 사람을 만났다. 연정 때문인가?
▶내가 스스로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만나자고 해서 만난 것이다. 연대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다. 개별적으로 아는 사람들이라 만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연대를 어떻게 하자고 한 적은 없다. 연대는 언론이 만들어낸 단어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에 출마하나?
▶출마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 추리해서 물으려 하지 마라. 대통령직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도 구별해야 한다. 나는 '킹'을 많이 봐왔는데 너무 실망했다. '킹메이커'는 이제 안 한다.(그는 출마를 안 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개헌해야 하나?
▶대혁신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 개헌은 국회의 몫이다. 개헌을 여러 번 했는데 한 번도 정치권에서 자의적 판단으로 개헌한 적이 없다. 이번이 유일한 기회다. 이번에 못 하면 안 된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경제학자다. 학자적 시각에서 우리나라 정치를 보니 어떤가?
▶우리나라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정치가 맞추질 못한다. 정치가 실질적 발전을 못 하고 있다. 1960년대 정치와 별 차이가 없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만 발전하고 있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형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우리 대통령제, 비판이 많은데?
▶이번 탄핵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 뜻을 따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면 나중에 국민적 심판을 받는다. 대통령만 되면 능력 유무와 관계없이 5년 동안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취임 이후 3년 안(레임덕이 오기 전)에 뭔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사실 5년은 너무 길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을 밝혀왔다. 왜 해야 하나?
▶이번 탄핵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경제 세력이 대통령을 농단한 것 아니냐. 경제 세력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형태면 민주주의는 물론, 사회 평화도 이룩할 수 없다. 대통령이 재벌의 유혹에 빠지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역사가 70년인데 전반부 40년은 권위주의적 대통령 시대였다. 그때는 대통령 힘이 더 컸고 재벌이 대통령한테 꼼짝 못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재벌이 더 막강한 세력이 됐다. 재벌이 정치를 농단한다. 재벌을 제도적 틀 안에 두고 제약을 준 뒤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탄핵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말이 많았다.
▶규정대로 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합병 과정에서 결국 제도를 지키지 않았다.
-독일에서 공부했다. 독일의 민주주의를 지켜봤을 텐데.
▶독일은 민주주의를 몰랐다. 2차대전 이전엔 민주주의를 못 했던 나라인데 이후 제도를 잘 만들었다. 독일은 단 한 번도 단독정부를 해본 적이 없다. 계속 연정을 해왔다. 덕분에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됐고 그 과정에서 통일을 이루고 국가의 번영을 일궈냈다. 선진국 중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나라가 됐다. 독일을 보면 서로 화합하고 협력한다. 그런 정치문화가 필요하다. 선거는 왜 하나? 국민들이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그 의사표시에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선거 결과와 따로 간다. 지난 4'13 총선 때 여당이 패배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여당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주의 역사로 따지면 독일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런데 왜 이리 차이가 나는가?
▶독일은 2차대전 이후 헌법재판소가 처음 생겼다. 내각제를 했고 선거제도도 가장 민주적으로 국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5% 이상의 표만 얻으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의회로 수렴되는 체제다. 어느 누가 독불장군처럼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공존과 타협이다. 이런 과정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 잘못하면 언론이 지적하고 헌법재판소도 잘못된 것을 시정한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됐다. 독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제도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그래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경제가 몹시 어렵다.
▶여러 여건이 그렇게 돼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처럼 가고 있다. 우리도 이미 그 초입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혁신이 필요하다. 정치혁신, 경제혁신을 하지 않으면 미래가 밝게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이 많은 돈을 금고에 쌓아놓고 있는데) 억지로 투자시킬 수 있는가? 가능성이 없으니 투자를 안 하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으로는 안 된다. 경제 운용 틀을 바꿔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해야 이 구조가 바뀐다.
※김종인은…
독일 뮌스터대학교 경제학 박사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1, 12, 14, 17, 20대 국회의원
국민은행 이사장
보건사회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좌교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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