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113시간.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경제협력개발기구, 2015년 기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천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 OECD 평균(1천766시간)보다 347시간 많다. 가장 적은 노르웨이는 1천424시간이다. 참고로 노르웨이는 국민행복지수가 1위이며, 멕시코는 23위, 한국은 29위.
한국인은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40세대 취업 남녀의 시간사용과 일'생활에 관한 조사'결과, 67.8%가 '일을 하고 나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장시간 근로는 고속성장시대의 산물이다. 창의성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장시간 근로는 시대 역행이다. 카 레이싱에 경운기 몰고 가는 꼴이다. 장시간 근로는 '가족' '여유' '문화'가 강조되는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 지속을 위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가 지난 2월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 월 1회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1926년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설립자 헨리 포드는 "하루 10시간 일하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 나라 산업계는 지속 가능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제품을 소비할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장 노동자가 동틀 때부터 땅거미 질 때까지 일한다면 자동차를 쓸 일이 없을 것이다"고 했다.
'저녁이 있는 삶'. 2012년 18대 대선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내건 슬로건이다. 시대의 절실한 요구를 시적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당시 다른 후보들도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했다.
2017년 19대 대선. 대권주자들은 그때 공약을 다시 들고 나왔다.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20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재 주당 허용되는 근로시간은 68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 이를 현행법에 따라 주 52시간(휴일근로 16시간 제외, 연장근로 포함)으로 제한하겠다는 게 핵심.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정 합의와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실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난제가 많다. 최대 난제는 임금 감소.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면, 수당 감소로 근로자 임금이 평균 13.1%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 간 타협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장미대선'에서 '장밋빛 공약'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