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캠퍼스 거리에서 학과 후배가 인사를 해왔다. 무심결에 "어, 안녕"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벌써 선배라니….' 강의실을 찾아다니느라 뛰어다녔던 기억, 동기와 학교 식당에서 돈가스를 먹었던 기억, 축제 때 손님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춤을 췄던 기억, 전공 공부하다가 자괴감이 들어 진지하게 휴학을 생각했던 기억 등등. 이제 그 기억은 술자리에서 동기와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대학 입학을 앞둔 고 3 겨울방학 때였다. 어머니는 "이제 시작이다"고 되뇌었다. 수능이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뭐가 시작이라는 말인가? 하지만 요즘 들어 그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누군가가 짜놓은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학이라는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짜놓은 게임도 없고 지시하는 이도 없다. 스스로 찾아야 하고 규칙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이 힘들어서 포기해도 "그러다 큰일난다"고 조언해줄 사람도 없다.
판단은 오직 스스로 해야 한다. 자신이 잘못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은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회피하는 친구도 간혹 있다.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해준 페이지에서 나오던 문제와 공식을 달달 외우는 공부법으로 통하는 과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과목도 있다. 간혹 자신의 생각을 기재하라는 교수님도 있다.
회의감이 들거나 슬럼프가 올 때도 있다. '이 학과가 정말 나랑 맞는 학과인가' '친구를 사귀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등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특히 3월에서 5월 사이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럴수록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업이나 동아리 활동에 쫓기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고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무심코 흘려보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다. 앞으로 더욱 바빠질 대학 생활에서 자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튼튼한 두 다리로 서 있어야 판단을 할 수 있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니 슬럼프가 왔다고 축 처져 있지 말고 더욱 냉철하게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나 역시 그런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고 선배와 교수님에게 조언을 듣는다. 2017년, 이제부터 시작되는 자신의 인생을 모두 재밌고 알차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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